▲ 오병익 前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금년 9월1일자 취임한 이돈희 새내기 진천교육장 얘기다. 그가 즐겨쓰는 ‘아름다운 동행’ 속엔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동네 사람이 나서야 하듯 학교교육은 지역사회 모두가 함께해야 함”을 강조해 왔다. 요즘 충북교육은 ‘혁신학교’ 몸살이다. 안타깝게도 대화 자체의 엇박자로 도의회와 기괴한 공수를 지속하고 국정감사까지 타킷으로 겨뤘다.

충북 혁신학교인 ‘행복씨앗학교 준비교’ 공모에 초 46교, 중 18교, 고 10교, 특수 1교가 제안서를 냈다. 그 중 진천교육청은 총학교수의 75% 신청으로 화제를 불렀다. 교육장을 겨냥한 ‘공모 강요’ 운운이 회자되자 ‘교육감 하는 일에 대한 홍보야 말로 교육장 입장으로 당연한 것 아니냐?’며 오히려 되물었다. 누구나 자리하기 보다 자리에 걸맞는 역량 발휘가 어려운 현실의 모범 답안이다. 교육장의 존재 이유와 정책을 확실하게 받든 본보기다.

우린 살아가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 갖가지 이야기를 한다. 사소한 대화를 나눌 때 습관적인 상대 부정은 적(敵)을 만드는 행위일 뿐이다. 어느 조직에서나 결단력이 특유한 사람, 눈치가 빨라 지혜를 펑펑 쏟아내는 사람, 동상이몽으로 어리버리한 사람, 된장과 똥의 구별이 늦어 걸림돌인 사람 등 유형도 다양하다.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결단력이 특유한 사람을 닮고 싶다. 일단 결정한 사항에 대해 새치기나 결코 신호를 위반하여 일을 그르칠 걱정은 안해도 되니까. 우리네 삶의 고집스런 갈등을 희석시켜 더 많은 의미를 건네준다. 그러나 요즘은 어떤가? ‘다들 그렇게 가는데 왜 고통을 주느냐?’며 되레 고통스러워 한다.

꼭 해야 할 일을 하고도 오히려 손가락질 표적에 시달린다. 상징적 리더조차 드물다는 증표다. 그렇다고 잘못된 쪽으로의 부화뇌동은 하향평준을 부채질할 건 뻔하잖은가. ‘아니면 그만’식의 물어 뜯기로 끓는다. 살림이 궁핍하던 때도 도톰한 살쩜같은 끈끈한 정 속에서 살았건만, 아주 기본적인 예의까지 굶주린 멍에로 부대낀다. 인과응보가 인간사다. 사람이 혼자서 존재할 수 없듯 조직 역시 항상 새로운 바람으로 채워져야 정책 효과도 더 커질 수 있다.

학부모교육 중 ‘혁신학교’가 뭐냐는 질문에 ‘낡은 것을 바꾸거나 고쳐서 새롭게 변화하는 일’로 답한다. 예상처럼 특징을 또 묻는다. ‘수업 혁신과 학교 구성원들 의사결정이 아래로부터 시작되어 교육활동이 매우 다채로워질 행복예감’으로 얼버무렸다. 그렇다면 혁신학교를 두고 좌충우돌은 누구 탓이냐고? ‘교육을 정치 셈법으로 조물조물 해보려는 꾼들의 물고 늘어짐’으로 설명하니 그제서야 끄덕였다. 사실, 따지고 보면 교육과정의 다양화·특성화와 자율·민주적 학교 운영, 학생·학부모 참여로 공동체 지향 등 기존교육 맥락과 크게 다를 바 없다. 하지만 그간 제도적 기반을 단단히 해 온 ‘학력’에 대한 손실우려는 창조적 마인드를 통한 자율역량 강화 차원의 보완이 부담으로 남는다.

어떤 일이고 자기를 잊으면 지탄의 대상이 되고 소리없는 불화살을 맞게 된다. 혁신학교 공모 중, ‘일부 학교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면 무슨 이유에서든 눈치와 무소신으로 밖에 판단이 서지 않는다. 자기 무대의 한계를 어떻게 돌파할지 의아하다. 공복(公僕)의 소명조차 잊어선 안된다. 언제까지 정신줄 놓고 ‘남의 탓’ 핑계만 대며 멍할 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