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내륙철도 노선을 설계하는 철도시설공단이 충북 음성군 감곡 역사(驛舍·역 고유번호 112) 위치를 경기도 이천시 장호원읍으로 변경하려 하자 음성지역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애초 계획을 슬그머니 뒤집어 역사를 경기도 쪽으로 옮기려는 공단의 움직임을 포착한 감곡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해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이필용(사진) 음성군수까지 직접 나섰다.

이 군수는 23일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12정거장의 중심을 장호원 쪽으로 70m 이동한 것은 승객의 접근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는 공단의 설명은 국민의 안전을 무시한 책임회피인 동시에 궁색한 변명일 뿐”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시장·군수가 도청에 직접 찾아와 기자회견을 열어 지역현안을 설명하고 언론의 조력을 요청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이 군수는 “과거 하천이 있던 곳이어서 상습침수지이고 연약지반인 장호원읍 노탑리에 역사를 설치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라며 “분기 지점에서 정거장 중심간 거리가 390m에 불과한데 70m를 더 줄이면 돌발 사태에 대비할 수 있는 제동거리가 짧아져 대형 사고를 유발할 위험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역사를 감곡면에 설치하면 감곡면 주민 1만2천명과 극동대·강동대 학생 1만1천명, 매괴성당 성지순례객 연간 20만명이 이용할 수 있는데 반해 장호원에 설치하면 이용객 수가 절반 가까이 떨어진다”면서 “수많은 이용객을 1㎞ 이상 거리를 불필요하게 걷도록 한 설계가 접근편의성을 올리기 위한 조치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꼬집기도 했다.

이 군수는 또 “애초엔 112정거장 역사의 주진입로는 음성군 군도 22호선였는데 이런 기본설계가 돌연 교량·진입램프를 신설해 37번 국도와 112정거장을 연결하는 것으로 바뀌었다”며 “300억원 이상의 국고 낭비를 초래할 것”이라고 공단의 주진입로 변경 계획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장 우선시해야 하는 국민의 안전, 승객편익, 예산절약 등을 위해선 중부내륙철 112정거장은 반드시 음성군 감곡면 극동대 앞에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감곡역사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경명현)에 참여한 주민 20여명은 지난 8월 28일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음성군 감곡면과 이천시 장호원읍에서 3개월 사이에 전혀 다른 내용의 설명회를 열어 주민을 속이고 엄청난 혈세낭비까지 초래하려 하는 공단과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국민감사 청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었다.

공단은 4월30일 감곡면 주민설명회 땐 감곡면 왕장리 일원에 승강장과 역사를 설치하겠다고 밝힌 뒤 7월18일 장호원 주민설명회에선 감곡면 왕장리와 장호원읍 노탑리를 거로지르는 군도 22호선 경계지점에 역사를 설치하는 것으로 슬그머니 변경했다.

이 군수와 비대위는 도계(道界)지역에 역사를 세워 대합실과 광장을 장호원읍 쪽에 설치한 후 역 명칭을 경기도에 주려는 정치적 음모가 숨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