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언론에서 일방적으로 거론

오는 4·11 총선을 앞두고 여야 예비후보들의 표밭갈이가 한창인 가운데 지난해 10월 26일 퇴임한 한민구 전 합참의장(60)이 9일 4월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 전 의장은 이날 오후 2시 청원군 내수읍 새마을금고에서 개최된 한봉수의병장 기념사업회 정기총회에 참석,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일부 지방 언론에서 내 의사도 묻지 않고 후보로 거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다는 게 기본적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2월30일 조부인 의병대장 한봉수 묘소 참배 후 고향 세교리 주민들을 만나고 상경했는데 일부에서 무소속으로 내년 총선에 출마한다는 소문을 퍼뜨려 다소 황당했다. 요즘 총선을 앞두고 고향 나들이를 할 경우 오해 소지가 있어 행동을 자제하고 있다"며 "오늘도 오해를 살까봐 고향 방문을 자제하려고 했지만 한봉수의병장 기념사업회 정기총회 관계로 불가피하게 참석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 전 의장이 불출마 의지를 분명히 했는데도 지역 정가에서는 내년 총선 출마설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정우택 전 충북지사 입장에서는 한 전 합참의장이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경우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일 것이다. 정 전 지사 입장에서는 '드림파트너'가 필요하고 그래서 한 전 의장을 아직 포기하지 않고 있다.

정 전 지사는 "정치란 자의반 타의반이다. 여건이 주어지면 변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또한 한나라당 친박 중진 송광호(제천·단양) 의원이 영입 의사를 시사하는 등 한 전 의장의 출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사실 한나라당 비대위 기준으로 전문성·현장형·국민신망을 꼽고 인선작업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인선 기준으로 볼 때 한 전 의장은 3대 기준을 충족하는 만큼 '0순위' 영입 대상이란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하지만 한 전 의장은 불출마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한 때 출마 고심… 지금은 고심 끝

한 전 의장은 한 때 내년 총선 출마를 놓고 고심한 게 사실이다. 그는 청와대 정무라인과 정우택 전 충북지사 등으로부터 내년 총선 출마를 권유 받았다.

하지만 그는 4성 장군 군인으로서 최고 명예인 함참의장을 지낸 사람으로, 군 명예 등을 이유로 거절했다.

지금은 고심 끝이다. 4성 장군에 군 최고 자리인 합참의장을 지내서 그런지 특히 군 동지들이 극구 만류한다. 군 명예 등을 이유로 거절했다. 나아가 정치를 하려면 조직과 자금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정치를 아무나 해서는 안 된다. 국가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비전과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퇴임 후 할 일이 없어 정치나 하자는 발상은 정치인을 모독하는 것이다. 그래서 보름 전 청주시 모 식당에서 가진 청주고 동기 모임에서도 정계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바 있다.

하지만 한 전 의장이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한 경우 예측 불허의 접전이 예상된다.

그는 청원군에서 유권자가 두 번째로 많은 '별들의 고향' 내수읍 출신이다. 별들의 고향은 민기식 4성 장군에 이어 한 전 합참의장, 이호연 해병대 사령관을 배출한 곳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한 전 의장은 내수초와 내수중을 졸업했다. 배후에 의병대장 한봉수 손자라는 후광도 만만치 않다. 나아가 육군참모총장, 합참의장 등 군 최고 지위까지 올랐다. 친화력과 언변이 좋아 정치인으로도 손색 없는 인물이다. 군에선 용장보다 덕장으로 통했다.

지금까지는 내년 총선에 불출마 의지를 피력하고 있지만 청원에 출마할 경우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지역 정가에서는 한 의장을 올해 4월 총선 청원지역구에서 변재일 국회의원(민주당)에 대적할 수 있는 적임자로 보고 있다. 그가 출마할 경우 한나라당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김병일 서원학원 이사장, 이승훈 전 충부도 부지사, 오성균 한나라당 청원당협위원장 등 3명 중 가장 경쟁력 있다는 여론이다.

한편 한 전 의장은 청원군 내수읍 세교리 출신이다. 내수초(44회), 내수중(12회), 청주고(43회), 육사(31기)를 거쳐 53사단장, 국방부 정책기획관, 수도방위사령관, 육군참모총장 합참의장 등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