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경제자유구역(이하 경자구역청) 개발이 '협약서' 문제로 하염없이 꼬이고 있다.

입주를 약속하는 MRO(항공정비) 선도기업의 확약서가 없다는 이유로 청주공항 에어로폴리스 예산이 전액 삭감된 데 이어 충주 에코폴리스 역시 비슷한 이유로 암운이 드리우는 분위기다.

충주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는 지난 16일 제190회 임시회 제1차 위원회에서 충주시장이 제출한 '에코폴리스 지구 개발 출자 및 의무부담 동의안'을 심의하다가 보류했다.

애초 계획대로 개발하겠다고 약속하는 충북경제자유구역청의 확약서를 집행부가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총 4.2㎢의 면적 중 항공기 소음이 덜한 2.2㎢만 자동차 전장부품 생산단지로 우선 개발하겠다는 충북 경자구역청에 맞서 충주시는 제척된 나머지 2㎢만큼의 대체 부지 또는 추가 부지 확보가 담보돼야 한다며 목소리를 키워왔다.

반쪽 개발이 이뤄질 경우 자칫 일반 산업단지와 별 차이가 없어지는 만큼 충북 경자구역청이 "애초 구상했던 면적을 모두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문서화해야 한다는 게 조길형 충주시장의 입장이었다.

충북경제자유구역청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썼던 조 시장의 이 주장이 지금은 오히려 시의회가 시를 옥죄는 수단이 됐다.

충주시의회가 2㎢의 대체부지를 확보하겠다는 충북 경자구역청의 확약서를 받아오라고 충주시에 요구하면서 출자 동의안 심의를 보류한 것이다.

당혹스럽기는 충북 경자구역청 역시 마찬가지다.

시의회의 채근을 받은 충주시가 확약서를 요구하더라도 충북 경자구역청으로서는 대체 부지 확보 약속을 선뜻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업자 유치가 유망한 지역을 우선 개발한 뒤 새로운 개발 요인이 생길 때 나머지 2㎢를 추가 확보해 개발하겠다는 것이 충북 경자구역청의 복안이다. 즉 '선 부분 개발, 후 대체부지 확보' 구상인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시간을 끌 수만도 없다.

개발 사업자가 이미 나선 상황에서 확약서를 충주시에 주지 못하고, 시의회마저 이를 빌미로 출자 동의안을 보류하는 상황이 연출돼 시간만 끌다 보면 에코폴리스 지구 지정 해지라는 최악의 사태를 맞이할 수도 있다.

협약서 때문에 발목이 잡힌 것은 최근 도의회에서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된 청주공항 에어로폴리스의 처지와도 유사하다.

전상헌 충북경자구역청장이 "8월 말까지 MRO 선도 기업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겠다"고 공언한 것이 화근이 됐다.

전 청장의 발언과 달리 이 선도기업은 부지를 먼저 조성할 것을 요구하며 협약 체결에 나서지 않고 있다.

결국 도의회는 지난달 열린 제334회 정례회에서 "선도기업의 협약서가 제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올해 에어로폴리스 부지 조성에 필요한 52억9천만원의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엄재창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내년도 당초 예산안에 부지 조성비가 편성되더라도 협약 체결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예산을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선도기업과 곧 입주 협약을 체결하겠다는 전 청장의 섣부른 말 한마디가 부메랑이 돼 스스로를 옭아맨 꼴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