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오창과학산업단지 내 폐기물소각장 건립을 추진하는 업체와의 행정소송 1·2심에서 모두 패소한 청주시가 대법원 상소를 포기했다.

이에 따라 소송에서 이긴 해당 업체가 사업 재추진을 위한 작업에 착수하자 그동안 사업 반대를 외쳤던 주민들은 크게 반발하며 또다시 집단행동을 예고하고 나섰다.

청주시는 12일 "ES청원과 현재 진행 중인 오창산단 내 폐기물소각장 건립 사업 관련 소송에 대해 검찰과 논의한 결과 실익이 없다고 판단, 대법원 상소를 포기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24일 대전고법 청주제1행정부(재판장 조경란 청주지법원장)는 ES청원이 청주시장을 상대로 낸 '폐기물처리 사업을 위한 배출부하량 할당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심과 같이 원고 승소 판결했다.

폐기물처리업체인 ES청원은 지난해 4월 오창산단에 하루 170t 규모의 폐기물소각장 설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당시 청원군(현 청주시)에 수질오염총량제에 따른 배출 부하량 할당을 요청했다.

하지만 청원군은 소각장 반대를 주장하는 인근 주민여론을 의식, "해당 지역은 자연 오염원 증가가 큰 곳으로 배출부하량 할당이 불가하다"며 업체의 신청을 거부했다.

이에 반발한 ES청원은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2심 재판부는 "원고의 신청이 관련법이 정한 모든 요건을 충족하는 이상 법치행정의 원리에 비춰 주민의 반대 민원 제기가 그 자체로 적법한 처분사유는 될 수 없다"며 잇따라 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청주시의 상소 포기로 승소가 확정되자 ES청원은 사업 재개를 위한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항소심 판결 직후 시에 배출부하량 할당 요청서를 재차 제출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청주시는 업체가 제출한 서류를 검토한 뒤 부하량 계산 등에 문제가 없으면 요구대로 할당 절차를 이행할 방침이다.

ES청원은 2012년 1월 금강유역환경청에 소각장 건립을 위한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했다가 보완 요구에 따라 청원군에 배출부하량 할당 요구를 했다.

이에 따라 배출부하량 할당 작업을 끝내고 환경영향평가까지 무사히 통과하면 소각장 건립 사업은 기정사실이 되는 셈이다.

최종적으로는 청주시에 금강유역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서를 포함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법적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시는 허가를 내줘야 한다.

청주시의 한 관계자는 "배출부하량 할당을 마치더라도 환경영향평가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른다"며 "최종 사업 허가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은 만큼 추이를 신중히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ES청원의 사업 재개 소식이 전해지자 오창 주민들은 소송을 포기한 청주시 등을 상대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ES청원 소각장반대 공동대책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생존권을 지키려고 수년째 고군분투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헛구호가 됐다"며 "청주시와 함께 말뿐인 정치권에 책임을 묻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7월 소각장 건립을 반대하는 오창 지역 주민들로 결성된 공대위는 조만간 총회를 갖고 대책 마련을 논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