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준 전 충청일보 편집국장

중국 드라마 속의 주인공 송나라 명 판관 포청천. 시청자들은 그 냉혹함엔 경악하고 부패관리들을 가차 없이 처단할 때는 통쾌함에 박수를 보냈다. 포청천은 개봉부의 실존인물로 공정한 재판을 하여 신망을 받았으며 청백리에 녹선 되기도 했다

포청천이 사용했다는 작두들은 현재도 중국 하남성 개봉부(開封府)에 진열돼 있으며 관광객들로부터 큰 호기심을 끌고 있다. 중국 기록을 보면 개작두, 호작두 용작두라는 표현은 쓰지 않고 구두찰(狗頭鍘), 호두찰(虎頭鍘), 용두찰(龍頭鍘)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포청천이 죄인을 단죄하며 내 던지는 것을 영전(令箭)이라고 불렀다는 기록이 있다.

포청천은 벼슬을 포기할 각오로 황제 부마인 진세미를 용두찰로 처단했다. 황제의 숙부 양양왕 조숭(趙崇)도 포청천의 작두를 피하지 못했다. 포청천이 개봉부 판관으로 있을 때 목이 달아난 고관의 수만 30명이나 됐다고 한다.

제갈량도 포청천처럼 냉혹한 성품이었던 모양이다. 그가 만든 법률을 촉과(蜀科)라고 했는데 너무 엄격하고 인색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런 비판이 있을 때 마다 제갈량은 다음과 같이 응수했다고 한다.

“정치는 큰 덕으로 다스려야지 작은 은혜나 베푸는 것으로 해서는 안 된다(治世以大德, 不以小惠).” -사면에 인색하다는 견해에 답함(答惜赦)-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고사는 제갈량이 제일 아끼는 부하 마속의 목을 벤 준엄함을 보여주고 있다. 제갈량이 위나라를 공격할 때 조비는 명장 사마의를 보내 방어토록 했다. 이때 제갈량의 둘도 없는 친구이자 참모인 마량의 아우 마속이 사마의 군사를 방어하겠다고 자원했다.

출전한 마속은 제갈량의 명령을 어기고 다른 전략으로 대응했다가 대패했다. 제갈량은 아꼈던 마속을 참수할 수밖에 없었다. 전사들에게 군율의 엄격함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선조는 한 때 충신인 이순신장군마저 역적으로 몰아 죽이려했지만 아들마저 강간죄로 처벌한 사례가 있어 조선의 포청천으로 호칭될 만하다. 왕자 순화군 이보(1580~1607)가 망나니짓을 하자 원로 신하들의 만류에도 불구, 법에 따라 처단하라는 어명을 내렸다. 이보는 어떤 짓을 벌였던 것일까. 실록에 기록 된 선조의 유시(諭示)를 보자. 

“이보는 오늘 빈전의 곁 여막에서 제 어미의 배비(陪婢)를 겁간했으니 경악을 금할 수 없다. 국가의 치욕과 내 마음의 침통함을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이 자식을 둔 것은 곧 나의 죄로서 대신들을 볼 면목이 없다. 다만 내가 차마 직접 정죄(定罪)할 수 없으니, 유사로 하여금 법에 의해 처단하게 하라.”

정유재란으로 조선에 파병된 명나라 파귀 유격(頗貴 遊擊)은 포청천을 닮은 장수로 기록된다. 선조 30년(1597 AD) 8월6일 밤, 덕지(德只)라는 여인이 도성 시장 골목길을 지나는데 한 명나라 군인이 붙잡고 강간하려 했다. 여인이 끝내 항거하자 잔인하게도 여인의 볼과 목을 칼로 찔렀다. 군인은 그 때 지나던 소년마저 무참하게 죽이고 말았다.

파귀 유격은 사건을 조사한 후 여인의 진술이 맞자 부하 군인을 도성 종각에서 형을 집행했다. 당시 조선에 원정 온 명나라 병사가 유부녀를 겁탈하거나 백성을 죽이면 엄격히 조사하여 참수형에 처했다고 한다,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정당은 규율이 생명이다. 해당 행위자는 개작두로 치겠다”고 한 발언이 화제다. 그는 앞으로 정의로운 판관 ‘포청천’을 자임했다고 한다. 문비대위원장은 얼굴마저 드라마 주인공 포청천을 닮은 포스여서 실감이 난다.

국회 해산론 까지 나오고 있는 마당에 하락하고 있는 정당 지지율에 대한 문비대위원장의 절박한 심경에서 나온 고언(苦言)으로 생각된다. 일부 선량들이 호작두도 아니고 개작두의 단죄대상이 됐다니 씁쓸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