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병익 前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은 배우고 익히기 쉬우며 과학적인 글자이기 때문에 1997년 유네스코는 세계 기록 유산으로 지정하였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의 짜이짜이족이 한글을 공식 문자로 채택했고 영국의 언어학자 샘슨 교수는 한글이 ‘낱소리글자’가 아니라 ‘소리 바탕 글자’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소리 바탕 글자란 인류의 글자 가운데 최고 수준으로, 세계 어느 문화에도 한글과는 견줄 것이 못된다고 하였다. 이 밖에도 경주 불국사의 석굴암, 창덕궁과 수원 화성 등이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 등록되어 우리 문화재의 우수성과 독창성을 국제 사회에서 인정받고 있다.

‘김치’는 우리 민족의 긍지를 높일 뿐만 아니라 세계인들의 입맛과 건강을 한 단계 향상 시킬 수 있다. 단순히 우리 식탁의 음식물을 떠나 입맛을 돋우는 별미로, 최근에는 암 예방의 탁월성까지 증명되고 있다. 문화융성 2년 차인 ‘문화의 달’을 맞아 크고 작은 축제로 가을 내내 흥청거리고 있다. 그동안 일부 단체장들은 긴가민가한 상태에서 자신의 치적과시용 축제를 열어 왔다. 화합과 전통문화 계승, 관광객 유입을 통한 경제 활성화라는 근본취지를 내세워 최근 몇 년 사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국제’니 ‘세계’라는 이름을 붙인 외국인 참가자와 투자협약이 가져올 경제·사회문화적 유발 효과를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지역경제를 우선으로 꼽는 마을 축제까지 잠깐 씩 기웃거려도 하루 해가 짧다. 아주 가끔, 괜찮다 싶은 수준의 문화프로그램도 마주하나 산만하고 일과성 소비성 행사로 그치는 똑같은 메뉴와 반복적인 소음(騷音) 때문에 구경도 하기 전, 상처부터 입는다. 어디를 가나 비싼 출연료로 불러낸 가수나 현란한 몸짓을 빼면 심드렁하다.

축제가 끝나면 ‘없었던 일’로 꼬리내린 것도 자주 겪은 허구다. 언제인가부터 축제의 구조조정 쪽으로 강도 높은 정리를 보이는가 싶더니 결국 도루묵 제스처였다. 쏟아부은 예산을 생각하면 허울만 그럴듯한 축제 버블이야 말로 엄청난 후유증으로 남게 된다. 주민세 납기일을 맞추느라 허우적대는 민생을 보라. 큼직한 축제 한 번만 건너 뛸 경우 어림잡아 충북도민 주민세를 몽땅 감당할 여유까지 생기니 보통 사람들이 축제 뒤 의혹을 제기하는 건 당연하다. “왜 불신하느냐?”고 나무랄 게 아니라 조목조목 짚어 밝혀줘야 맞다. 씀씀이에 비해 시너지 효과가 터무니 없다면 축제주최자의 호된 질타가 옳다. 도대체 그 엄청난 혈세로 흉내내기 덫에서 언제쯤 자유로올지 물먹는 하마를 지켜보기 힘들어 하는 소리다.

문제는 ‘과유불급’ 이다. 남이 장보러 나서니까 갓 쓰고 따라가는 식의 잔치가 아니라, 여건과 정서를 꼼꼼하게 따진 문화물결을 이끌어내야 한다. 주목받기 위해선 선급한 과제가 참으로 많다. 우선 축제에 대한 전통과 역사, 특화 등을 시대정신과 감각에 맞도록 창조 문화산업으로서 감각이 필요하다. 지역의 비전과 안목, 의식을 바꾸고 부가가치까지 높일 수 있는 긍정적 에너지야 말로 품격 있는 축제다.

그러므로 세계화 시대의 우리는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른 나라의 문화에 대하여 존중하고 공감하며 서로 공존하는 자세를 갖추는 일이 더 중요하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처럼 세계의 각 민족이나 사회가 다양한 문화적 특수성을 갖고 조화를 이룰 때 바람직한 세계 문화도 형성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