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순 대표기자

이 시대의 최대 화두는 ‘소통’(疏通)이다. 사전에는 의사소통(意思疏通)의 표제어다. 의사소통은 사람의 의사나 감정의 소통이다. 이 말은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뜻이 서로 통함'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인간이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 가장 필수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하는 능력이기도 하다. 소통은 인체로 말하면 산소와 혈액의 흐름과 같은 것이다. 따라서 어떤 조직이 구성원 상호간에 소통이 안 되면 동맥경화증에 걸리게 된다. 그런 조직이 성공하기는 힘들다. 한 나라의 정부는 물론 대학도 마찬가지다.

지금 청주대 사태는 총장과 대학 구성원간의 ‘소통부재’를 들 수 있다. 김윤배 총장은 부친의 도움으로 40대 초반에 대학 COE가 된 사람이다. 14년째 청주대 총장을 맡아오면서 외형적으로 대학을 발전시켰다. 80년대 졸업생이면 모교가 성장한데 대해 감회가 새로울 것이다. 대학 적립금도 3000억원에 달한다.

알뜰하게 대학을 경영해 가난한 대학에서 ‘부자대학’으로 변신시킨 장본인이다. 대학 총장이면 흔히 할 수 있는 골프도 치지 않는다. 평소 절약이 몸에 밴 사람이다. 첫 인상은 부드럽지만 카리스마가 넘친다.
흠이라면 조직원 간에 소통부재를 들 수 있다. 재벌 2세가 그런 것처럼 바닥 민심을 잘 읽지 못 한다는 것이다. 대학과 청석학원에서는 그의 말이 곧 법이다. 좋게 말하면 통솔력이다. 하지만 스스로 판단하고 조직원의 얘기를 귀담아 듣지 않는 게 문제다. 총동문회와의 갈등도 소통부재를 들 수 있다. 차기 총동문회장을 특정인으로 내세우려다 실패 한 게 화근이 됐다.

김윤배 청주대총장은 지금 사면초가(四面楚歌)다. 지난 2001년 총장 취임이래 13년만에 위기에 직면해 있다. 발단은 지난 8월 29일 교육부로부터 ‘2015년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에 청주대가 포함되면서 부터다. 이 문제를 놓고 한 달이 지나도록 학내 안팎서 ‘총장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교수회와 노조, 총학생회, 대학 총동문회, 시민단체까지 가세 해 거센 압력을 받고 있다. 

김 총장 퇴진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김 총장의 독단 운영과 인색한 교육투자로 인해 청주대가 부실대학으로 된 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적립금 3000억원 규모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나섰다. 다른 학교와는 달리 등록금을 남겨 적립금을 불렸다는 것이다. 부실대학 지정을 1년간 유예 받을 수 있었는데 등록금 수입 감소를 우려해 학생 수 감축에 나서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총장은 "총장 취임 후 대학을 알뜰하게 경영해 가난한 대학을 부자대학으로 만든 책임밖에 없다" 며 지인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김 총장 입장에서는 억울 할 것이다. 교육부에서 바라는 ‘학과 구조조정’을 했으면 부실대학이란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김 총장은 학과 구조조정을 시도하려고 했지만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교육부가 발표한 내년도 부실대학도 4년제 중 9교가 있다. 이 문제가 과연 대학 총장만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것에 대해 차가운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많다.

평소 구성원간의 소통부재가 원인… 선택은 빠를수록 좋다

지금 김 총장은 고립무원(孤立無援)이다. 자신을 믿고 따랐던 보직보수들마저 대부분 떠나 학교 기능이 마비된 상태다. 우호적인 입장을 견지해야 할 총동문회도 돌아선 나머지 오히려 퇴진에 앞장서고 있다. 지역사회 여론도 싸늘하다. 비대위는 본관 앞에서 총장 퇴진을 요구하며 천막 농성을 벌이는 한편, 관선이사 파견을 요구하는 요청서와 재학생 등 5천100여명으로부터 받은 서명서를 교육부에 제출했다.

비대위는 지금이라도 총장을 사퇴하면 재단 이사직 유지는 보장하겠다는 입장이다. 전제 조건으로 이사진 재구성을 중재안으로 제시했다. ‘총장 퇴진’도 ‘이사진 재구성’도 어느 것 하나 수용하기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오는 8일 국정감사에서 김윤배 총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상태다. 이번 사태로 김 총장은 리더십에 큰 상처를 남겼다. 장고에 들어간 김 총장이 어떤 선택을 할지 두고 볼 일이다. 선택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늦을수록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