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어 보고 싶어서/ 모래사장 위를 걷던 그날/ 달빛에 서성이는 임의 모습 같아/ 모래 위에 그려놓은 어머님 얼굴/ 이튿날 그 자리에 가보면 없어지고 없어지고/아마도 당신은 날 만나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지우셨지요./ 오늘도 그 자리에 앉아/ 노을에 묻혀가는 당신의 뒷모습을 불러봅니다/ 어머니,어머니 달빛이신 어머니'
　
'시 쓰는 경찰' 임준빈씨가 다섯번째 시집 '사모곡'을 펴냈다.　

자칫 딱딱해 보일 수 있는 경찰 제복과 시를 한데 묶은 임 씨는 이번 시집에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전하고 있다.　

시집 속 한구절 한구절에서 얼굴도 모르는 어머니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 존경심을 느낄 수 있다.　

그에게 어머니는 '현존하는 거대한 부재'이자 '목마름'이다.　

5살때 하늘나라로 떠난 어머니에게 바치는 편지를 총 5800여 편을 써오면서, 그는 단 한번도 슬퍼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어머니를 생각하며 시를 쓰면 어머니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고 바닷길을 걸으면 어머니는 쏜살같이 다가와 다소곳이 손을 잡아주는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상상 속 어머니를 시를 통해 노래하는 그는 글을 쓰며 어머니의 부재에서 오는 결핍과 상처를 치유한다.　

달리기 1등을 해도 잘 했다고 품에 안아주는 엄마가 없고, 소풍 길에서도 김밥을 싸와 손을 잡아주는 엄마가 없었던 그에게 어릴적 운동회는 아픈 상처로 자리잡고 있다.　

아픈 기억이 떠오를때마다 그는 일기장에 슬픔을 쏟아놓고 하소연하며 학창시절을 보내곤 했다.　

그의 시는 독자들에게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뿐 아니라 어머니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충효사상이 무너지고, 온갖 사건이 끊이지 않는 무서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엄마 라는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워 주고 있는 것이다.　

임 시인이 2학년 되던 해, 15살 친누나가 교통사고로 그의 곁을 떠났다.　

평생을 채워지지 않는 모성애의 결핌, 공허함의 시간을 보낸 그는 시 속에서 결핍을 채워나갔을 것이다.　

시집 '사모곡'에 대해 박태언 시인은 "임 시인은 시상에서 등장시키는 화자가 모두 어머니다. 그 안에 어머니를 끌어들이는 묘사법을 써서 독자로 하여금 눈물을 삼키게 한다"며 "이러한 화법으로 독자들에게 어머니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평했다.　

충북 음성이 고향인 임 시인은 지난 1988년 경찰에 입문했으며, 충남 보령시 호도, 녹도, 무창포해수욕장 등에서 근무했다.　

'어머니는 시였다', ''꽃에게 보내는 편지', '한 송이 한 울음', '나무는 산소 똥을 눈다', '먼지가 모여 돌이 된다' 등 총 5부로 구성된 이번 시집에는 106편의 시가 담겼다.　

163쪽. 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