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경희 편집국장

청주시의회가 상임위별로 다투어 해외연수를 떠났다. 공무국외 연수라는 빛 좋은 구실이 있으나 실상은 이제 의원직함을 얻었으니 허파에 다른 나라 바람을 넣어보고 싶은 외유성 행사임을 모르는 시민이 없다.

국립공원과 주요관광지를 누비며 시청과 시의회를 사이사이 방문한다는데, 제대로 관광을 즐기기 위한 알찬 행락 일정임을 삼척동자라도 눈치 채게 된다.

의회는 초대 통합청주시의회의 높아진 위상을 제고하고 국제적인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고심 끝에 여행경비의 45%를 의원개인이 부담한다고 했다. 혈세로 놀러가는 것이 아니냐란 시민들의 눈총에 변명이라고 내놓은 발표다.

세월호 사건 등 어려운 국내 상황을 직시해 내린 결정이라는데 여행경비의 반이 못 되는 자기부담금을 두고 고심 끝의 결정을 운운하는 뻔뻔함에 실소가 나온다.

미국·캐나다로 연수를 떠나는 기획경제· 농업정책위원들의 여행경비는 1인당 332만4000원이다. 총경비 가운데 200만원은 지방의원 국외여비 규정에 따라 지원이 되고 나머지 132만4000원은 자부담하게 된다. 터키를 돌아보는 안전행정·도시건설위원들의 여행경비는 아메리카보다 몇 십 만원이 빠지는 297만2020원이지만 지원비는 지방의원 국외여비 규정에 따른 200만원으로 동일하다.

그렇다면 97만2020원을 개인 부담하게 된다는 것이니 정확한 계산으로는 32, 7%를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캐나다 연수팀도 39.8%를 개인 부담한다고 발표했어야 옳은 계산이다. 어떻게 45%라는 계산이 나왔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해외 나들이를 마친 이들은 잠시 휴식을 취하다 다음달 6일부터 8일까지 제주KAL호텔에서 의원연찬회를 가질 계획이라고 한다. 해외 연수도 모자라 2800여만 원의 시비를 지출하는 연찬회를 지역도 아닌 바다 건너 제주 특급호텔에서 뻑적지근하게 개최하는 배포가 가히 존경스럽다.

◇ 낭비성 해외연수 자제해야

그런데 도내 몇몇 지방의회에서 일정의 대부분이 관광으로 짜여 져 혈세낭비라는 지적을 받아 온 해외연수 불참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먼저 음성군의회 초선의원인 무소속 이상정, 한동완 의원이 해외연수에 불참을 표명했다. 선거기간 유권자들에게 해외연수 불참과 폐지를 각각 공약으로 내걸었던 두 사람은 공약을 지키려는 의지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옥천군의회의 새정연 임만재 초선의원과 무소속 문병관 의원 역시 해외연수 불참을 선언했다. 옥천군 의회는 두 의원만이 아닌 의회 전체가 모범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부산과 울릉도, 독도 등으로 의정 연수를 다녀왔으나 올해는 이를 관내 연수로 대체했는데, 연수 프로그램 역시 예산심의 기법 등 직무교육으로 알차게 꾸며 칭송이 자자하다.

그러나 충북도내 일부 기초의회에서 시작한 변화와 혁신을 가장 모범이 되어야 할 통합 청주시의회는 자신들과는 관계없다는 듯 외면하고 있다. 개원 한 지 2개월이 겨우 지나자마자, 도내 지방의회 가운데 가장 먼저 해외 외유에 나선 의원들의 행태를 보며 앞으로 남은 4년이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