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대 생극면장을 지낸 김교십 翁이 가난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 양자로 데려다 키워주고 교육을 시켜주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모정으로 건립한 사적비와 사당.

낳아 준 부모의 은공도 모르는 각박한 사회, 이웃 간의 정이 메말라 가는 세태 속에 촌부의 가슴 저린 이야기가 새해 희망의 메신저로 다가온다.

▲ 김교십 翁(103)

음성군 생극면 차평리에는 ‘평산신씨효열사적비(平山申氏孝烈事蹟碑)’가 있다. 2대 생극면장(1946.12.30∼1947.12.30)을 지낸 김교십 翁(103)이 가난했던 어린 시절 자신을 데려다 교육을 시키고 보살펴 준 양어머니인 신 씨를 기리기 위해 1989년 9월 24일에 사당과 함께 세운 비(碑)다.

그 시절엔 누구나 가난과 허기에 굶주렸지만, 김 면장에겐 생모보다도 더 고맙고 감사한 분이었다. 사무치는 애절한 모정 때문에 사적비를 건립할 정도로 효성이 지극했다. 이 비는 마을 주민들과 청소년들이 부모에 대한 공경심과 효를 실천하는 상징과도 같은 역할을 하며, 살아 있는 '도덕의 근본'으로 여기고 있다.

특히 가난을 물리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배움이라는 교육철학을 갖고 있던 신 씨는 김 씨에 대한 자식 사랑과 교육에 대한 열정이 탁월했다.  김 씨는 당시로서는 시골 학생이 감히 넘볼 수도 없었던 ‘충주농립보통학교’에 진학, 어머니의 한을 풀어 드렸다.

시골에서는 성공한 케이스로 불린 직업 중 하나인 공무원이 된 김 씨는 이후 고향 면장까지 지냈다. 양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자신을 친자식처럼 돌봐 준 그분에 대한 애절한 사랑, 각별한 모정 지극 정성 등이 승화돼 사적비와 사당 건립이란 효심을 낳았다.

이 같은 효(孝)의 발로는 평소 교육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이신 어머니의 유지를 받들어 고향의 후학 양성을 위한 장학 사업을 펼친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다.  그는 1996년 차평리 마을 주민 자녀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1억 원을 내놨다.

또한 자신이 소유한 3만3천㎡ 전답을 동네에서 적절하게 활용해 수익금을 발생시켜 장학금에 보탤 수 있도록 아낌없이 희사했다.

이로 인해 이 마을 장학 사업은 1억 원에 대한 연간 이자수입 400∼500만 원과 토지 임대료 700만 원을 보탠 1천100만 원으로 시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17회에 걸쳐 500여 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줬다.

매년 고등학생은 20만 원, 대학생은 30만 원씩 각각 20명을 뽑아 전달해 왔다. 이들 가운데에는 사법고시에 합격한 변호사도 있고, 세무사, 공무원, 교사 등 경향 각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 생극면 차평리 이문희(48) 이장이 김翁이 희사한 전답을 가리키며 후일 마을 주민 전부의 바램대로 '공덕비'가 세워지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차평리 이문희(48) 이장은 “마을에서는 벌써부터 김 면장의 높은 뜻을 기려 공덕비를 세워 드리고 싶었지만 생전에는 반대하셔서 못 해드리고 있다”며 “후일에라도 꼭 해드리고 싶은 것이 마을 주민들의 간절한 바램”이라고 말했다.

김 翁은 평소에도 남다른 고향에 대한 애정과 관심뿐만 아니라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교육에 대한 열정이 뜨거웠다.  그 결과 자신이 평생 일궈 온 재산을 고향 후학들을 위해 다 내놓고 빈손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기자는 김 翁이 병석에 누워있어 장학 사업 관련 이야기를 직접 듣진 못 했다. ‘부전자전’ 인지 자녀들도 부친의 선행을 드러내길 싫어해 결국 직접 인터뷰는 성사되지 못 했다.

하지만 한 번도 자신이 한 일을 자랑하거나 드러내기를 싫어한 김 翁의 성격에서도 쉽게 알 수 있듯이 오직 배워야 산다는 모친의 유훈대로 그는 천상에서도 자손만대에 걸쳐 고향 후학 양성을 위한 배움의 등불을 밝힐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