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준 전 충청일보 편집국장

일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 순국열사 유관순 누나의 항일사실이 사라졌다고 한다. 한국사 교과서는 모두 8종으로 4개의 교과서가 3.1운동을 서술하면서 '유관순'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부 사학자들이 ‘유관순 열사의 행적이 친일학자들이 만든 과장된 사실’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란다.

한국인 이라면 ‘3월 하늘 우러러 보며 생각한 누나’를 모르는 이가 없을 게다. 과연 유관순의 행적이 과장되고 미화된 것일까.

유관순은 이화학당 재학 때 3.1독립만세운동으로 휴교령이 내리자 고향인 천안시 목천면 지평리로 내려갔다. 여기서 유관순은 수천 명이 참가한 시위에 앞장섰다. 이 시위에서 아버지 유중근은 일본 헌병의 발포로 현장에서 사망하고 어머니 역시 참살 당했다. 이때 유관순은 체포되어 재판에 회부되었는데 재판관을 꾸짖은 일화는 유명하다. 독립운동사의 기록을 옮겨본다.

19세 소녀는 일제의 재판관을 향하여 이렇게 항변했다. "죄를 지은 자는 너희들 일본인이다. 그런 일본인이 우리를 재판할 귄리가 있단 말인가?" 일제 재판관은 "죄를 뉘우치고 일본제국의 시민이 되겠다고 다짐 하면 관대한 처분을 내리겠다. 그때 소녀는 "강도를 몰아낸 것이 무슨 죄가 된단 말인가? 살아서도 독립만세 죽어서도 독립만세다." 라며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재판관은 "너희들 조센징이 무슨 독립을 한단 말이야"하고 모욕적인 언사를 하자 유관순은 재판관을 향해서 의자를 집어 던졌다.

일본경찰들은 그녀를 감옥에 가두고 고문을 했다. ‘밥에 모래와 쇳가루를 섞어서 먹이고 머리에는 콜타르를 칠해 머리 전체를 잡아당겼다’ 어디 그뿐인가. 어린 소녀에게 행한 일제의 만행은 너무나 잔혹했다. 아! 필자는 그 끔찍한 만행을 글로 다 적을 수가 없다.

유관순은 1920년 9월 28일 오전 8시 20분 옥중에서 19세의 나이로 순국했다. 유관순의 직접적인 사인에 대해선 여러 설이 있으나 수형기록표를 통해 보면 심한 구타와 영양실조 등의 부작용에 따른 갑상선 기능저하증이 주된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유관순의 시신이 이화학당으로 돌아오자 학교는 통곡의 장이 되었다. 학교측은 시신을 이태원 공동묘지에 묻었다. 그러나 일제가 공동묘지를 군용기지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유관순의 묘는 미아리 공동묘지로 이장되었으며 그 후 실전(失傳) 되고 말았다.

현재 충남 천안시 유관순 생가의 뒷산인 매봉산에 있는 묘는 초혼묘(招魂墓)다. 충청남도는 애국애족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02년에 유관순상을 제정했으며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 수상자에게는 ‘유관순 횃불상’을 수여한다.

어느 민족이든 역사 속에 영웅이 있다. 인물에 대한 흥망성쇠를 기록하는 뜻도 여기에 있다. 프랑스의 영웅 잔 다르크는 백년전쟁당시 조국을 지키다 19세 화형에 처해졌다. 아리따운 귀족 아가씨도, 강한 청년도 아니었던 소녀 잔 다르크. 그 녀는 지금도 프랑스인들의 가슴속에 꺼지지 않는 횃불이요 강한 여성상의 상징이다.

우리는 이순신장군을 통해 충과 호국을 배우고 이등박문을 저격한 안중근 의사를 통해 민족의 자존심을 배웠다.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유관순 누나를 통해 독립의지와 비폭력 3.1 정신을 함양해 왔다.

청원이 낳은 민족사학자 단재 신채호선생은 민족사를 저술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피력한다, ‘과거 한민족의 찬란하고 강대했던 역사를 당시 조선의 백성들에게 가르쳐 자긍심을 불러 일으켜 일제치하에서 벗어나는 초석으로 삼고자 한다’

보수든 진보든 역사학자들에게 이런 민족사관이 없다면 그는 진정 한국인이라고 말 할 수 있을까. 한국의 청소년들 사이에 3.1운동의 영웅 유관순누나를 그리는 노래가 다시 불려 져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