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병익 前 단재교육연수원장

우암산 휜 길을 혼자 가는 이 /오르막 바람도 골짜기서 쉬는데, /친구하나 없이 똑같은 걸음 /꼭 쥔 목탁에 힘이 숨었나 /동글동글 염주가 궁금하구나 /스님 그 걸음이 수도 인가봐 /필자의 시 ‘스님 훔쳐보기’ 전문이다.

어렷을 적, 일년이면 서너차례 씩 불공을 드리러 동네에서 한참 떨어진 절을 향하시던 어머니를 따라가 본 게 익숙해져 요즘도 불경의 중간중간까지 들은 풍얼로 풀어낸다. 부처님 앞에 쌀 3되 3홉 공양 후, 팔남매의 무한축복을 비셨던 촘촘함까지 생생하게 꽂혀있다.

종교적 지주였던 법정 스님은 무소유로 우리에게 친근하다. ‘맑은 가난이야말로 부(富)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하며.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라’ 했다. 그런데 뭉칫돈에 흐름이 불분명한 통장까지 넘치도록 달고도 모자란 뻔칠이들로 넘치는 사회다. 소위 각종 특권을 다 쥔 동료 국회의원의 일탈을 부추기듯 자정을 불과 1분밖에 남기지 않은 시각인 11시59분, 보통 국민들 잠든사이 기습적으로 임시국회 소집이란 기록을 낳은 국회다. 방탄조끼를 입히려던 유유상종(類類相從)의 쇼였다.

◇깨어나기

국회의원과 뇌물은 촌수조차 없다. 메인 뉴스에 올라온 금품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의원들 표정은 웃음 만발이다. 웃고 있어도 눈물 날 일이지만 어쩌면 그렇듯 탈렌트 뺨칠 능란한 연출일까? 뙤약볕을 뚫고 이른 아침부터 땀흘린 공사장 인부의 일당과 택배로 하루 수천km를 밥먹듯 누빈 발품 삯을 생각하면 너무 악랄하다. 지역구나 믿고 표를 준 유권자 앞에 어떻게 나설 것인가? 헤아리기에도 숨가뿐 특권을 누리면서 뭐가 모자라 거지근성에 표적이 되는지 오히려 가엾은 수준이다.

초등학교 때, 딱지와 구슬치기는 유일한 따먹기 놀이였다. 방과 후에 놀이가 시작되면 땅거미 정도는 습관처럼 넘겼다. 아무 짝에도 쓰지 못할 네모 반듯한 딱지였지만 횡재수 있는 날이면 양쪽 주머니가 불룩하게 튀어 나왔다. 그러나 며칠 못가 다시 빈털터리 되어 잠을 설치며 복수의 날을 세웠다. 구슬치기 역시 마찬가지였으나 유리구슬 틈으로 방앗간 집 아들의 쇠구슬이 등장하는 바람에 모두 두 손 들고 말았다.

중학교에 입학하니 잔뜩 소유했던 딱지와 구슬은 그야말로 무용지물이 되었다. 동생까지도 물려받기를 거부했다. 그림딱지의 등장과 고무공 탄생으로 놀이 문화가 바뀌는 과정이어서 애써 모은 구슬과 딱지를 버린다는 건, 큰 재산 파산의 아픔 쯤 한동안 혼란이 왔다. 채우기와 버리기 학습을 일찌감치 마친 셈이다.

법정 스님은 수필 ‘버리고 떠나기’에서 ‘영원한 것이 어디 있는가 모두 한 때일 뿐. 그러나 그 한때를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며 인간의 아주 작은 욕망으로 부터 끝없이 세상 것을 잘라낸 서릿발 같은 지조를 달구셨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방한 중,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한다. 잠들어 있는 사람은 아무도 기뻐하거나 춤추거나 환호할 수 없음’을 조용히 강론 하셨다. 요즘 세태를 두고 벼랑 끝으로 비유하고 있다. 국가개조의 과제, 정치권부터 깨어나기에 달렸다. 제발, 존재의 의미를 한 번 쯤 짚어 본(本)이 되는 뉴스 속 국회로 비쳐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