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병익 前 단재교육연수원장

이번엔 군(軍)이 문제다. 오죽했으면 대통령까지 오랜 병영문화의 적폐인 가혹행위와 인권유린의 근본 치유 방안으로 ‘바른 인성과 창의적 인간’을 강조하며 ‘학교 현장과 교실 수업의 획기적 변화’를 소리 높였을까? 전우가 겨눈 총에 맞아 한꺼번에 줄초상이 나고 연일 살인적 구타로 온몸은 피멍인 채 젊음이 죽어가도 군대는 그런 곳이려니 슬그머니 묻힐 뻔 했잖은가?

아무리 초고속 시대라 해도 건너뛰면 평생 힘든 자리가 군 복무다. 군대 경험을 못한 사람은 이야기만 들어도 질겁한다. 군을 기피했던 사람 중, 지금은 ‘거봐. 군에 안가길 잘했지’라며 안도할지 모를 일이다. ‘군대를 다녀와야 사람된다’던 아버지 말씀, 곰곰 생각하니 더 뜨겁다.

군대야 말로 스스로를 주체할 독립적 여백으로 나라와 국민, 가족과 전우를 아우르는 찬스다. 용기와 믿음을 확실히 심을 절호이기도 하다. 숱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자녀가 묶여지고 기계처럼 돌아가는 생활로는 창의나 자기주도적 밑그림을 그릴 수 없다.  대부분 자식의 입대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군이 존재이유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윤 일병 사건 앞에 숨통조차 막힌다. 병영문화가 진화하지 못하면 국방력도 약화되기 마련이다. 사람다울 권리를 주어야 옳다. 우선 정신 건강이 받침돼야 역동적인 자기 문화를 창조하고 강군으로의 충성 에너지도 솟는다.

◇인문교육 우선

그래서 설득력을 얻는 게 바로 교육의 중요성이다. 요즘은 과제유형도 맞춤이어서 자기 과제는 스스로 계획한다. 양편으로 나눠 병정놀이를 하다 ‘뻥’목소리 총을 맞으면 정신까지 잃은 척 초등학교 3학년 방학 때 경험으로 생명의 존귀함은 물론, 대장과 졸병의 역할도 깨달았다. 부하가 꾸려갈 수 있도록 지켜주는 상관, 그런 지휘관을 병사들은 든든해 한다. 무조건 선임이 능사는 아니다. ‘군대는 밥그릇 순’이라며 연발로 터지는 군 사건, 어린시절 병정놀이를 경험 못한 탓인가?

다른 아이보다 늦은 것을 좋아할 부모,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러니 자식 점수보다 짝의 점수에 먼저 불이 켜진다. 얼마 전, 학교 장학 중 ‘방학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학부모가 여럿 이었다. 까닭인즉, ‘버거운 전쟁’으로 대부분 짧은 기간 동안 대어를 낚아 보려는 생뚱맞은 과욕 때문이다. 바깥세상을 눈에 넣고 생각하며 나눌 수 있는 시간으로 돌려줘야 한다. 새벽시장도 데려가 힘든 삶의 현장도 보여주고 땀의 중요성을 몸소 깨닫는 근육까지 늘려야 사람이 사람답게 보이고 사람을 사람답게 여길 줄 안다.

인성을 밥 먹듯 강조하면서 왜 부모 기준으로 자녀와 겨루기를 하는 걸까? 부모를 욕하게 하는 선임병의 패륜 행위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내 자식이 피해자, 가해자를 떠나 ‘인간의 사상과 문화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을 가르치는 인문교육(人文敎育)에 나설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