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도 모자라 열차에 이어 비행기에까지 치이는 등 고라니가 수난을 겪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6시 18분 청주공항에서 제주행 8235편 아시아나 항공 여객기가 착륙하는 도중 좌측 랜딩기어에 고라니가 치여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로 인해 항공편이 안전 점검 후 출발하면서 예정 시간보다 1시간 10분 늦게 이륙,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아시아나 항공은 고라니를 친 항공기를 제주도 정비소에 입고하고 청주행 항공기는 대한항공기로 대체했다.

앞서 지난 3일 오후 8시 15분께는 충북 청원군 오송역 부근에서 서울발 부산행 KTX 열차가 갑자기 철로로 뛰어든 고라니와 충돌해 멈춰섰다.

이 사고로 열차는 30여 분 동안 점검 후 운행을 재개했으나 이 과정에서 탑승객 700여명이 대전역을 통해 열차를 바꿔 타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고라니의 '로드킬'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사슴과인 고라니는 우리나라 산과 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동물이다. 한강 하구와 임진강 민통선 일대에서는 서식 환경이 좋아지면서 3~4마리씩 무리 지어 활동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주로 밤에 활동하지만 낮에도 움직이며 우리나라와 중국의 일부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세계적으로는 귀한 동물이다. 봄·여름에는 나뭇잎과 열매를 먹으며 지내지만 날씨가 추워지면 건초와 풀뿌리 등을 먹으며 겨울을 난다.

로드킬 당하는 동물이 고라니 뿐은 아니지만 개체 수가 증가하는 데다 흩어지는 습성이 있어 영역권이 방대해지면서 마을과 도로에 자주 출몰하기 때문에 피해 사례가 가장 많다고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과거에는 겨울철 먹이를 찾기 위해 내려왔다가 죽음을 당했으나 최근에는 위와 같은 이유로 계절 구분 없이 로드킬이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