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병익 前 단재교육연수원장

아침이면 신문 보기가 겁나는 세상 /밤 새, 큼직한 활자로 흔들린 세상. /뉴스 듣기가 떨리는 저녁 /종일, 별별 일들이 구겨놓은 세상. /‘세상에, 세상에…’ /혀를 차던 사람 /이젠 꿈쩍도 않고, 거울에 담아 /다시, 몇 바퀴 /반대로 흔들고 나면 /제자리 찾는 세상. /필자의 시 ‘세상 흔들기’ 전문이다. 어느 교육원로 말씀 중에 ‘좋은 교육의 기초는 가정, 교실, 지역사회 문화에서 나오는데 교육 개혁자들은 너무 손쉽고 빠른 방법만 고집한다’며 긴 날숨을 내셨다. 말씀처럼, 교육 본질은 실종되고 구조와 관리 개편으론 너무 먼 당신이란 건 경험의 농축이다. 가장 확실한 혁신은 교육과정과 수업, 그리고 교사와 학생의 조건을 개선하는 일부터 시작돼야 맞는다.

각종 규제와 세월호 참사를 두고 ‘국가의 틀을 바꿔야 한다’는 대한 회오리가 여러 날 특집으로 메워졌지만 막상 대처 상황을 보면, 새로운 희망과 활기를 채찍해 온 대통령도 기운 빠질 시큰둥한 인플레다. 이른바 한류열풍이 몰고 온 중국인들의 '천송이 코트' 구입에 전자결제 하나를 아직까지 미적거린 관계 부처가 혼쭐이 나고서야 대책을 내 놓는다. 답답한 일이다. 사람하나를 검거하기 위해 수억의 현상금을 걸고 동원된 고급 인력이 허송한 날짜가 차라리 꾸민 숫자였음 좋으련만 너무 어마어마 했다. 반상회까지 열어 요란을 떤 것에 비하면 신고를 해줘도 노숙자의 사망 쯤으로 소극적 처리(?), 그게 어디 한 두 책임자의 문제랴. 구석구석 아직 멀었다. 어떤 말로도 ‘해이(解弛)’ 그 이상 변명은 설득력 조차 잃어버린 복지부동의 민낯 아닌가?

◇ 권위의 답

개각을 두려워 한다. 후보자를 내도 청문회를 제대로 통과하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은 같은 이야기를 한다. ‘왜, 하필이면 흠결있는 사람으로 고집하느냐, 아니면 인물은 한결같이 얼룩이 있어야 하나?’다. ‘그 밥에 그 나물’이란 인사평은 언제까지계속될지 안타깝다. 사실, 품성과 윤리나 역량면에서 출중한 성장동력인 분들도 꽤 많다. 인재등용 차원의 신문고가 울렸음 좋겠다. 도덕적 비대칭을 권위의 붕괴로 보는 시각이다.

예방 차원의 대책이야 바람직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부패척결 추진단’을 국무총리 산하에 출범시켰다. 즉흥적 땜질 처방으로 오히려 시시콜콜한 사안까지 개인이나 조직을 밟는 또 하나의 빌미가 되지 않을까 염려가 앞선다. 그동안 옥상옥의 힘있는 손이 더 큰 제2 제3의 일탈로 불거져 왔음을 기억한다. 해법은 전적으로 기본에 충실한 권위가 중요하다.

권위가 바로서야 존경과 감동을 발할 수 있지만 칼자루를 쥔 사람들의 그릇된 윤리와 횡포로 썩는 냄새는 진동해도 현실적으로 권위보다 권력의 신드롬이 먼저다. 상처가 많은 사람일수록 자기 방어에 능하다. 나에게 비쳐지는 모습의 진정성이야 말로 자기 권위다. 나무라는 숫자보다 노릇을 다하는 수가 늘어날 때 변화와 발전의 가속은 탄력을 더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