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남일면 청주시농업기술센터 인근 무심천에서 큰빗이끼벌레가 서식하고 있는 모습이 13일 발견됐다.

수질오염 논란을 빚고 있는 큰빗이끼벌레가 충북 청주 무심천에서도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청주시 상당구 남일면 청주시농업기술센터 주변 무심천에서 큰빗이끼벌레 여러마리가 발견됐다.

옥천군 청산면 보청천에서도 지난 8일 발견됐다.

벌레는 물의 흐름이 적어 물이 고여 있는 하천 가장자리 수면 위로 올라온 상태다.

큰빗이끼벌레는 주로 수질이 나빠진 호수와 저수지에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심천에서 이 벌레가 처음 발견됨으로써 무심천 수질이 악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청주의 한 대학교수는 이 생명체를 보고는 “분류학적으로 태형동물 문에 속하는 큰빗이끼벌레가 맞다”며 “유속이 느리고 괸 물에 서식하면서 유기물이 풍부한 곳에서 왕성하게 번식하는 특징을 보인다”고 말했다.

오경석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도 “미호천에서 큰빗이끼벌레가 발견됐다는 보고는 있었으나 무심천에서 발견된 기록은 없었다”며 “그간 정밀조사가 전혀 진행된 바 없어 예전에도 무심천에 서식했는지를 현재로선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무심천에서 큰빗이끼벌레가 발견된 원인에 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자전거도로 공사 등으로 수질이 악화한 점을 원인으로 꼽는다.

이 벌레가 발견된 무심천 일대는 자전거도로 공사와 다리 공사가 한창이다. 공사 때문에 물의 흐름이 바뀌고 물이 괴는 곳이 발생했다는 것이 이렇게 보는 이유다.

청주시는 이곳에서 ‘고향의 땅 정비사업’ 일환으로 지난 3월부터 남일면 효촌리와 무심천 장평교(1.2㎞)를 연결하는 자전거도로를 조성했다. 4월부터 최근까지 하천을 건너기 위한 제1잠수교를 건설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물막이 공사를 진행해 물의 흐름이 바뀌었고 물이 괴어 큰빗이끼벌레가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예년보다 비가 적은 것도 이 벌레가 출현하는 원인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강수량이 적어 물 흐름이 느려지고, 수온도 올라가고, 유기물이 풍부해져 큰빗이끼벌레가 서식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큰빗이끼벌레가 출현함에 따라 무심천 수질오염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 이 벌레는 봄에서 여름에 가장 많은 햇빛을 받으며 몸집을 키우지만 기온이 20도까지만 내려가도 죽게 된다.

가을이 되기 전 급속도로 번식한 후 기온이 떨어져 죽게 되면 몸에서 나오는 암모니아 등 독성물질이 수질을 오염시키거나 하천의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는 가설도 있다.

청주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시 관계자는 “큰빗이끼벌레가 발견됐다는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며 “무심천 생태환경을 조사해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