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충북교육감 당선인(사진)이 학업성취도평가를 반대한다고 밝혔으나 도교육청은 이번 평가에 만전을 기해달라는 공문을 일선 학교에 내려보내는 등 ‘엇박자’를 내고 있다.

김 당선인은 24일 시행되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와 관련해 자료를 내고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시험을 치르는 ‘일제고사식’ 학업성취도평가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 당선인은 “현재 학업성취도평가 준비를 위해 평일은 물론 주말 보충수업, 모의고사 시행 등 학교 교육과정의 파행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며 “따라서 교육부는 필요한 대상학년의 표본을 추출해 시험을 치르는 형태로 평가방식(표집평가)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당선인은 “앞으로 충북교육청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공개하거나 학교를 서열화, 평가하는 등 기존에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도교육청은 19일 일선 학교에 공문을 통해 “학업성취도평가는 기초학력미달학생의 학습결손 요인을 파악해 개인별 맞춤형 학습클리닉을 통한 처치·보정의 기초자료로 활용돼 교육과정 개선 및 행·재정적 지원의 기초자료로 쓰인다”며 이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했다.

김 당선인과 도교육청의 이런 시각차이는 충북교육감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업무보고 자리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인수위는 도교육청이 업무보고를 통해 학업성취도평가의 당위성 등을 설명하자 ‘당선인의 뜻과 맞지 않는 보고’라고 맞서면서 양 측이 언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는 다음주 한 차례 더 업무보고를 통해 학업성취도평가의 문제점 등을 집중 부각한다는 방침이어서 도교육청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도교육청의 한 간부 직원은 “최근까지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국가의 책무라며 일선 교사들을 독려했는데, 어떻게 입장을 바꿀 수 있느냐”며 “더욱이 충북교육청은 학업성취도평가 5년 연속 1위를 달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이처럼 학업성취도평가를 놓고 당선인과 도교육청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자 학교 현장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특히 당선인이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혔지만 학업성취도평가 결과가 학교 평가 주요지표로 활용되는 일선 학교에서는 말 그대로 ‘이러지도 저러지도’못하는 어정쩡한 입장이다.

학부모들은 “당선인과 도교육청이 함께 고민하고 최선의 합일점을 찾아 학교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충북교육감직 인수위원회 관계자는 “김 당선인이 학업성취도평가 반대의사를 밝힌 것은 학생들이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시험 고통에서 벗어나 신나는 학교생활을 영위해야 한다는 당선인의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