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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에 살고 폼에 죽고류경희 편집국장
류경희  |  queenkyungh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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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1.03  17: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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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골브레이커, 부모님의 등골을 부서뜨리는 불효를 가리키는 신조어다. 또는 부모가 등골이 휘어 부러지는 한이 있어도 자녀들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사주어야 하는 물건을 뜻하기도 한다.

등골 브레이커는 연령별로 차이가 있다. 대학에 다니는 딸내미의 등골브레이커는 명품 루이뷔통 가방이다. 20대와 30대 여성들의 이름 중 가장 흔한 이름인 ‘지영이’ 또래가 모두 들고 다니는 가방이라 해서 ‘지영이 백’이란 별칭이 붙은 루이비통의 스피디백이 등골브레이커의 원조다.

루이비통의 얼굴마담인 스피디백은 아무 거리에서나 3분마다 한번 꼴로 ‘백든女’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영이백은 모조품이다. 지영이 친엄마도 구별 못할 정도의 소위 SA급 지영이에서부터 색깔만 비슷한 노점상 지영이까지 짝퉁지영이 가방이 넘쳐나게 되자, 자연스레 루이비통 지영이는 같은 메이커의 네버플에게 밀려 버렸다. 사랑이 움직인 것이다.

역삼각형의 모양에 루이비통 고유의 문양이 찍힌 루이비통 모노그램 네버풀과 다미에 네버풀은 예약을 해야 할 만큼 초 절정 관심을 얻었고, 단숨에 제 2의 지영이백으로 명명됐다.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거나 트레이닝복을 입었을 때에도 요것 하나만 들어주면 패션이 그대로 완성되는 가방이라서 오히려 경제적이라며 애교를 떠는 딸을 이길 부모가 없었다. 그래서 아빠는 자신의 등골을 빼는 아픔을 속으로 울며 한 달 생활비를 웃도는 가방 값을 결제했다.

명품백 등골브레이커 딸내미의 몇 살 아래 동생 녀석은 노스페이스 등골브레이커다.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의 패딩 점퍼는 유니폼처럼 되어 이것을 입지 않으면 다른 행성에서 온 인간 취급을 받는다고 한다. 그보다 스스로 견디지 못한다는 말이 더 적합할 것 같다.

허새의 바람이 든 노스페이스 신도롬

연예인을 모델로 한 스타 마케팅의 성공으로 십대들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 된 노스페이스는 아무리 뜯어봐도 썩 ‘간지’가 나는 옷은 아니다. 칙칙한 색상에다 자동차 타이어광고의 타이어맨처럼 보이는 벙벙한 핏이 아직 발육이 덜 된 청소년에겐 영 어색함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신드롬이라 할 만큼 노스페이스에 열광한다. 비슷한 아웃도어메이커엔 눈도 돌리지 않는 현상은 도저히 이해가 불가하다. 왜? 라는 질문에 대답을 못내는 것 역시 희한하다. 답이 있다면 오직 하나 ‘다른 애들이 모두 입고 있으니까’ 일게다.

또래와 비슷하거나 같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반드시 입어야한다는 아이의 성화에 목숨을 잃은 아버지가 있었다. 최근 발생한 인천공항철도 노무자 참사 사건은 중학생 아들의 소원인 노스페이스를 사주기 위해 새벽 작업에 나섰다가 당한 변이라고 한다. 비정규직 월급으론 아들이 소원하는 비싼 패딩을 사줄 수 없어서 아버지는 무리를 했던 모양이다.

과거에도 유명제품에 대한 동경은 있었다. 그래서 ‘나이키 운동화 신은 아이와 나이스 운동화를 신은 아이가 경주를 하면 누가 이길까?’처럼 싱거운 문제를 내기도 했다. ‘나이스 신은 아이’가 당근 이기는데 ‘메이커 표시가 보이지 않도록 빛의 속도로 달렸기 때문’이라며 또래들은 같이 키득거렸다. 그러나 무리해서 운동화를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는 많지 않았다. 제 ‘가오’보다 사주지 못하는 부모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는 애늙은이들이 대부분인 시절이었다.

남에게 뒤지지 않으려는 마음은 어른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노스페이스를 입는 옆집아이를 흉보는 자신들 역시 동네 산책을 나서며 고어텍스의 고가 전문 등산복을 걸친다. 장을 보러 가면서 명품 소퍼백을 챙긴다. 월세라도 중형 이상 아파트에 살아야 하고 비까번쩍한 자동차를 끌어야 한다.

체면에 살고 허세에 죽는 메이커가 생산한 제품들이 누굴 닮겠는가. 모든 등골브레이커는 꿀리지 않기 위해 ‘폼생폼사’하는 부모들이 만들었다. 모두가 내 탓, 네 탓, 우리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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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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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4 19:3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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