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너무하다 싶은 지방선거 휘오리 속에서 용케 살아남아 초선 또는 재선의 영광을 안은 당선자에게 축하를 드린다. 어찌하여 그리도 마구잡이 싸움 닭으로 생채기를 키웠을까? 생각할수록 선거가 싫다. 지역별 고른 득표를 했지만 아예 전화 코드까지 뽑아버린 낙선후보의 회한은 어떤 위로도 모자랄 일이다. 선거운동기간 내내 몸과 마음을 그을리며 혹시, 역풍 우려에 볼륨 낮춘 분위기로 당락을 갈랐다.

당선증을 받고도 믿기잖는지 시름 고인 표정이 뉴스를 탄다. 아름답게 무너지고 엎드린 사람, 언제 새 살로 채워질지 걱정이다. 승리는 그 순간 패배의 전환점일 수 있다. 어느 쪽도 영원한 승리란 없는 게 세상사다. 진짜 중요한 건 이제부터다. 표 몇 장 보태 준 은인에 붙여 줄 꽃점 보다 경쟁자를 싸안을 품이 먼저다. 영광 뒤의 유혹에 취하기 보다 거절할 수 있는 용기로 채워야 한다. 교육감이 쿨(Cool)해야 교육현장이 쿨해진다. 충북교육의 변화와 자존, 당선자의 과제다.

◇웃음을 빚는 교육

후보자 토론 후, 이이제이(以夷制夷)란 낯선 사자성어가 히트했다. ‘오랑캐를 잘 이용하여 적군을 물리친다’는 묘한 뉘앙스다. 힘 안들이고 상대후보 끼리 혈압을 높게 하여 자신의 승리를 위한 고도의 전법 아니던가? 그러기에 이번 6.4 지방선거야 말로 유독 지지선언과 심리 제스쳐까지 봇물을 이웠다.

셈법 없는 공약을 앞세워 이익을 보려는 허구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상처에 한 번 더 칼을 꽂아 선거 초반부터 진흙탕은 명함조차 못 내밀 정도로 마구 쪼았다. ‘아니 땐 굴뚝의 연기’ 운운하며 교육자의 권위는 커녕 체면마저 송두리째 추락 시켰다. ‘후보는 많은데 깜은 없고, 진짜 인물은 손사래를 친다’란 듣기 거북한 얘기도 숱하게 끓었다. 후보단일화에 대한 막연한 기대에 편승, 진보와 보수 전교조 비전교조란 편가르기로 특정후보지지 선언 등, 볼썽사나운 진동은 마침내 교육계 원로의 정체성까지 흔들어댔다. 용수철보다 꼿꼿하다 싶던 어느 후보는 중도 사퇴에 적과의 동침을 선언하며 머쓱함 하나 없었다.

정말 후보자도 가지각색였다. 일찌감치 다리품 팔아 재미 본 후보, 학연과 지연을 믿었지만 운명의 역설에 시달린 후보, 별 돈 안들이고 그럭저럭 장사 잘한 이, 어리버리하다 슬쩍 빠진 카멜레온 등 유권자 입맛과 무관하게 개그같은 웃음을 뿌렸다.

교육도 그렇다. 교실문화가 새롭게 발전되기를 갈망하는 으뜸 요인으로 선생님 역량을 꼽게 된다. 누가 뭐래도 학생의 직접변인은 선생님이다. 다만, 이번 선거의 후보자들 처럼 그 수준의 높고 낮음에 따라 천차 만별임을 기억해야 한다. 학교는 학생 행복을 위한 디딤돌로 영글어간다. ‘신나는 학교, 재미있는 공부’로 보수와 진보를 아우를 대통합을 이루는 일, 당선자의 공약으로 목청 높이지 않았던가?

교육감은 바라봄 하나로도 존경심이 일어야 한다. 변화에 발빠른 보폭으로 교권 재건부터 서둘러야 행복한 충북교육은 실현된다. 교육의 욕구는 참으로 다양하다. 처방은 교육감 몫이다. 감각적 이미지 보다 심적 울림을 향한 열망과 에너지에 달렸다. 학생과 교직원, 교육가족과 전 도민을 아우르는 외로운 고난도 행보를 즐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