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힘과 도움을 준 고맙고 소중한 사람이 귀인(貴人)이다. 조선중기의 학자 토정 이지함이 지은 도참서인 토정비결에는 귀인을 만나 도움을 받게 되는 귀인 괘가 조목조목 정리돼 있다.

시간을 내어 일부러는 아니더라도 재미삼아 들여다 볼만한 운수 괘 목록들이다.

申月之數 貫人相對(신월지수 관인상대) 칠월의 운수는 귀인과 마주 대하게 되니 이달에 주인공을 도와줄 능력자를 만나게 될 것이라거나, 必逢貴人 問之西方 (필봉귀인 문지서방) 반드시 귀인을 만나리니, 서쪽에 가서 물어 귀인과 상봉하라 등의 괘가 나오면 귀가 쫑긋 눈이 반짝, 맥박이 빨라진다.

음력 7월, 두어 달 후면 드디어 귀인을 만나 바라던 일이 술술 풀린다니 꽃 타령보다 향기로운 말씀이 아닌가. 서쪽 방향에 사는 지인의 충고엔 무조건 따르리라, 망설임 없이 결심이 선다.

대개 귀인이 오는 방향과 시기를 운세에 따라 정해주지만 아주 운이 좋을 때는 아무 곳에서나 귀인이 찾아든다고 했다. 吉星照門 幸逢貴人(길성조문 행봉귀인), 즉 행운의 별이 깃들면 무조건 귀인을 만나게 되는 모양이다.

이제 판이 끝난 지방 선거의 당선자들에게도 절대적 귀인이 있었다. 물론 각 후보들의 수족인 참모들이 당연히 일등 귀인이다. ‘후보는 반(半)미치광이고 참모는 온 미치광이’라는 말이 있듯, 제 일보다 더 애가 달아 혼을 사른 귀인들이다.

그런데 님의 성공이 나의 영예가 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곁에서 온 힘을 다한 참모보다 더 실속 있는 도움을 준 귀인이 있다. 당선자의 캠프에선 이들을 진정한 귀인이라는 의미로 참 귀인이라 우러른다.

뜻하지 않게 참 귀인으로 대접을 받은 인물들은 하나같이 ‘내가 제일 잘나가’란 굳건한 믿음으로 선거판을 교란시킨 나름 소신파 후보다.

교육감 선거에서 보수 통합에 불복하여 단일 후보로 결정된 장병학 후보를 물 먹인 김석현 후보는 진보 진영 김병우 교육감 당선자의 절대 귀인이다. 새정연 공천을 받지 못하자 충북도의원 청주 2선거구에 무소속으로 출마, 결국 정우철 후보에게 고배를 안긴 정지숙 후보 역시 새누리당 김양희 후보에겐 천금 같은 귀인이 아닐 수 없다.

상대를 도와준 꼴이 된 한풀이 출마

김병우 당선자나 김양희 당선자는 자신들과 색채가 다른 상대 무리들이 알아서 피를 두려워하지 않고 사생결단 싸워주는 통에 칼을 뽑을 필요도 없이 전쟁에 이긴 셈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오랑캐를 이용해 오랑캐를 제압한 이이제이(以夷制夷) 전이 되고 만 것이다.

귀인들이 뛰어들어 싱겁게 끝난 선거판을 다시 들여다보면 흥미 있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김석현 후보나 정지숙 후보는 모두 3위에 머물렀다. 공천을 받지 못해 정당 프리미엄을 입지 못한 정지숙 후보는 그렇다 치고 자신이 가장 교육감으로 적합한 인물임을 주위에서 인정하고 응원했다며 기세등등했던 김석현 후보는 표심의 결과에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궁금하다.

만일 이들이 출마를 하지 않았다면 어떤 승률이 나왔을까? 공교롭게도 장병학 후보의 지지율 30.9%와 김석현 후보의 지지율 13.6%를 합하면 김병우 후보의 지지율인 44.5%와 같은 지지율이 된다.

아무튼 위경련이 일 초박빙의 승부를 편안히 넘긴 김병우 당선자는 운이 좋은 사람이다. 자신을 교육감에 당선시킨 최고의 귀인에게 감사의 꽃다발이라도 보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