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에서 이승훈 후보가 예상을 깨고 초대 통합청주시장에 당선이 됐다. 그만큼 그가 당선되리라 예측하는 유권자는 많지 않았다. 그는 경선에서도 하위권 약체로 분류되곤 했다. 당내 경선 때는 당원 명부 사전 유출 등으로 불공정 선거운동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상대인 남상우 후보가 이런 의혹을 제기하면서 선관위와 검찰에 고발하는 바람에 큰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남상우, 한대수후보를 제치고 본선 티켓을 거머쥔 저력의 인물이다.

본선 여론조사서도 현직 청주시장인 새정치민주연합의 한범덕 후보를 한 번도 이긴 적이 없었다. 또한 인구가 청주의 4분1수준인 청원 출신이고 인지도에서 한 후보에게 뒤지고 있던 게 사실이다.

그는 학연 등 청주와는 연고가 없다. 선친 고향이 청원군 남이면 가마리이고 청주에서 2년간 초등학교에 다녔을 뿐이다. 직업군인이던 부친을 따라 원주와 청주, 대구, 서울 등지로 학창시절은 늘 이사가 잦았다. 외갓집이 청주이고 2006년 6월 충북도경제부지사로 2년여간 근무하면서 맺은 인연이 전부다. 그는 지난 총선에 이어 이번 지방선거에 도전하면서 청주권에서 학연이 없는 게 약점이었다.

이런 ‘고립무원’ 상황에서 선거를 치른 것이다. 이같은 열세를 극복하고 청주가 텃밭인 한범덕 현시장을 누른 것은 충북 선거의 최대 이변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예선과 본선에서 막판 뒤집기에 2차례나 성공한 것을 보면 ‘역전의 명수’로 불릴만 하다. 특유의 뚝심과 승부근성으로 이뤄냈다. 그의 말대로 ‘죽기살기’로 뛴 게 역전드라마을 연출한 것이다. 구릿빛 그을린 얼굴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다.

그는 도전자인데도 ‘네거티브’ 선거 전략을 하지 않았다. 선거기간동안 상대후보에 대해 흔한 비방 성명이나 TV토론회에서 인신공격을 하지 않았다. 비전과 정책, 추진 능력 등으로 승부를 걸었다. 한 후보는 ‘행복수도’ 공약을 내세웠지만 그는 ‘경제해결’ 공약에 더 방점을 뒀다.

그는 충북부지사를 그만두고 2012년 청원에서 19대 총선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그 뒤 새누리당 청원당협위원장을 맡으면서 지역구와 청주시민 등을 상대로 꾸준히 표밭을 관리해왔다. 3년여 동안 당과 긴밀한 스킨십을 유지하면서 조직을 관리해 왔던 것이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친 원동력됐다.

청원군과 상당구에서의 승리가 당선되는데 결정적이 역할을 했다. 당선이면에는 정치적 텃밭인 청원군과 정치적 스승이자 동반자인 정우택 의원이 자리하고 있다. 정우택 의원은 이 후보의 승리를 위해 170시간 철야 지원사격에 나서 힘을 보탰다. 그는 한 후보를 1.49%p 앞선 50.74%(17만 8336표)를 얻어 당선됐다. 청주 흥덕구에서 한 후보에게 7.53%p 뒤졌지만 청원군(7.99%p)과 상당구(3.95%p)에서 앞서면서 당선된 게 말해주고 있다. 이규하 선대본부장을 비롯한 선거참모들의 역할도 돋보였다.

그의 당선에는 한범덕 후보의 실정(失政)도 한몫을 했다. 한 후보는 시장 재임시 부하직원들의 공직비리로 곤혹을 치르면서 이미지가 나빠진 게 그에겐 유리했다. 또한 여론조사 우위만 믿고 선거운동에 올인하지 않는 게 화근이 되었다.

이제 엘리트의식 버리고 상대 얘기 들어야

그는 특유의 보스 기질과 추진력, 경영마인드를 겸비한 행정관료 출신이다. 다양한 행정경험과 추진력이 장점이다. 서울고와 서울대 출신에다 산업통산부와 청와대 경험 등 중앙 인맥이 두텁다. 누구보다 열정적이다. 초대 통합청주시장으로서 스펙이나 자질면서 충분하다. 흠이라면 엘리트의식이 강하다는 점과 상대 얘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에겐 ‘초대 통합시장’이란 타이틀이 말해주듯 앞으로 과제가 산적해 있다. 청주·청원이란 화학적 결합도 문제다. 그의 저서 이름은 ‘통합 청주시와 새로운 리더십’이다. 저서대로 그가 어떤 청사진과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그는 항상 ‘경제해결사’를 자처했다. 말처럼 경제에 성공한 시장으로 평가받았으면 한다. 시장직을 성공리에 마쳐 4년 후 처음으로 재임하는 청주시장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