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이번 6.4지방 선거를 강타하고 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때 치른 총선에 열린우리당이 대승한 ‘탄핵열풍’을 연상케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화두는 ‘안전’이다. 그래서 여야 후보 모두 안전을 내세우며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충북도지사 선거에서도 ‘안전’이 핫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충북지사 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의 윤진식 후보가 이시종후보를 향해 먼저 포문을 열었다. 그는 22일 충북이 불산 배출 전국 1위, 발암물질 배출 3년 연속 1위, 유독물 배출 5위, 미세먼지 농도 전국 1위를 기록했는데도 민선 5기 지사인 이 후보가 '안전충북 행복도민'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며 공세를 폈다.

충북이 발암물질 배출 전국 1위를 차지한 것은 디클로로메탄(DCM)를 전국에서 가장 많이 배출하는 공장이 오창산단에 있는 일본계 W기업이기 때문이다.

2차전지 관련 이 기업은 발암물질인 디클로로메탄 배출량이 2011년 전국 배출량의 28%에 해당하는 2천137t에 달한다. 이를 두고 윤 후보는 "청주권은 발암물질, 유독물이 펑펑 쏟아지는 환경 재앙지역"이라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그는 “오창 W기업에 투자유치를 추가로 권하면서 어떻게 ‘안전 충북’를 만들겠다고 공헌 할 수 있느냐”고 공격했다.

하지만 이시종 후보가 발끈했다. 발암물질 업체 유치는 민선 4기 새누리당 정우택 전 충북지사가 유치한 것이라며 반격에 나섰다.

이 후보는 “W업체가 포함된 환경부의 2011년 화학물질 배출 결과 보고서는 2013년 4월에 나왔으며 충북도도 이때 사실을 인지했다”며 “증설투자 MOU는 DCM 배출 인지 이전인 2012년 4월”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근 W사 주변지역의 오염도를 측정한 결과 무해한 수준까지 떨어진 걸 확인했다“면서 "디클로로메탄은 발암물질이 아니라 휴대전화 전자파 수준과 같은 발암가능물질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DMC는 위험성이 1급 물질보다 떨어진다고 하지만 특정 공단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배출되는 데다 주거지역이 인접해 있다. W기업은 동쪽으로 불과 300m 떨어진 곳엔 8500세대에 이르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다. 여기에 학생 수가 각각 1500명, 1200명인 초·중학교가 있다. 오창인구는 1월말 현재 4만7906명이다.

이에 청원군학부모연합회는 29 “청주·청원지역이 심각한 환경 유해 물질 문제를 놓고 후보들은 표를 노린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면서 “윤 후보는 어떤 근거로 오창지역의 유해가스 문제를 발표했고 주민들이 어떤 위험에 노출됐는지 근거 자료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 후보에 대해서는 “발암물질 배출기업인지 알면서도 생산시설 증설을 기업에 요청한 이유는 무엇인지 밝히라”고 재촉했다.  

충북 3년 연속 발암물질 배출 1위… 오창표심 자극

이에따라 이번 도지사선거에서 발암물질 배출이 쟁점으로 부상했다. 충북이 발암물질 배출 전국 1위에 오른 것은 공해기업을 유치했기 때문이다. 주민 안전보다는 투자유치에만 신경을 쓴 게 화근이 된 셈이다. 이번 선거에 오창 주민들은 발암물질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주민 건강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제 기업유치보다는 건강문제를 우선시 할 때다.

오창지역은 새정치민주당 텃밭이다. 오창서 이겨야 당선된다는 게 불문율이다. 지금 윤진식후보와 이시종후보는 오차범위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오창 유권자 표심이 승패를 좌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창산단 발암물질 문제를 선거에 이용해서는 안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정책이나 공약은 실종된 채 구태의연한 상호비방,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있다. 유권자들은 정책대결을 기대했건만, 여야 후보는 상대의 약점을 파고드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 이래서야 정책선거는 고사하고 또다시 구태정치라는 비아냥만 들을 수밖에 없다.

이번 지방선거는 앞으로 4년간 지역을 이끌 책임 있는 지도자를 뽑는 과정이다. 충주가 고향이고, 청주고를 함께 다닌 '50년 지기' 두 후보의 수위 없는 설전에서 '우정'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치엔 친구도, 의리도 없다는 게 실감이 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오창산단 발암물질이 뇌관역할을 할지 두고 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