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사 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 윤진식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이시종 후보가 상대방을 옥죄려고 꺼낸 밧줄에 자신을 스스로 옭아매는 자충수를 두고 있다.

선공에 역공을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후보에게 '치명타'를 입히려고 꺼내 든 칼날이 오히려 자신을 향하자 당혹스러워하는 기색마저 엿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윤 후보는 '발암 폭탄'이라는 키워드로 이 후보를 공격하고 나섰다.

윤 후보는 지난 22일 출정식 때 "이 후보의 현수막에 '안전 충북, 행복 도민'이라고 쓰여 있는데 굉장히 뻔뻔한 철면피"라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청주·청원 발암물질 배출량이 3년 연속 전국 1위인데 도민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지사는 무엇을 했느냐"며 대표적인 발암물질 배출 기업으로 오창산업단지 내 W기업과 C기업을 꼽았다.

이 후보가 지사 재임 당시인 2012년 4월 1천억원의 투자 유치 협약을 체결한 W기업은 한 해 전인 2011년 발암물질인 디클로로메탄을 2천137t 배출했고, C기업은 452t 배출했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W기업과 C기업은 2009년 4월과 12월 각각 대기배출시설 허가를 받았는데, 이 허가를 내 준 장본인은 윤 후보와 같은 당인 정우택(현 최고위원) 당시 지사였다.

더욱이 C기업은 2009년 12월 정 당시 지사와 증설 투자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 지사를 헐뜯으려고 꺼낸 묘수가 오히려 자신과 같은 당인 정 최고위원을 공격하게 된 셈이다.

두 공장의 발암물질 배출량은 이 후보 재임 기간 눈에 띄게 줄었는데, W기업의 경우 지난해 477t으로, C기업의 경우 133t으로 급감했다. 이 후보가 오염물질 저감을 위해 추진한 민·관·산 합동 '스마트 프로그램'이 효과를 낸 것이다.

결국 윤 후보가 마련한 회심의 칼날이 자신과 새누리당 정 최고위원을 향했고, 그 반대로 이 후보의 치적을 부각시킨 것이다.

이 후보 역시 윤 후보를 물고 늘어지기 위해 '제2경부고속도로 조속 건설'이라는 새누리당의 지방공약을 물고 늘어졌지만 결국 자신이 고발당하는 어이없는 처지에 놓였다.

제2경부고속도로건설과 관련한 공방이 선거판에 등장한 것은 지난 15일이다.

이 후보는 이날 자신의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제2경부고속도로가 건설되면 세종시 주민들이 KTX 충북 오송역을 타지 않고 이 고속도로를 이용해 서울을 오고 갈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충북이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논리로 충북 언론인클럽 주최 지사 후보 초청 토론회, 충북기자협회 토론회 등 윤 후보와 얼굴을 맞댈 때마다 "제2경부고속도로 때문에 KTX 오송역이 위기에 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욱이 민선 5기 때 이 고속도로 건설을 막으려고 중앙부처를 설득해 사업 추진을 보류시켰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지사 재임 내내 서울∼세종을 잇는 제2경부고속도로 건설을 지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후보는 2012년 8월 충청권 시장·도지사 협의체인 충청권 행정협의회 제23차 협의회 때 제2경부고속도로 조기 추진 등을 포함한 공동결의문에 서명했다.

지난해 10월 열렸던 행정협의회 때도 이 지사는 이 고속도로 건설을 반대를 표명하지 않았다.

당시 충북 지역에서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기능지구 상생발전 방안 등이 화두였던 만큼 이 지사로서는 세종시의 제2경부고속도로 조기 착공 요구에 신경을 덜 썼을 수 있겠지만 자기 도끼에 발등을 찍힌 셈이 됐다.

결국 이 후보의 '이중적 행태'에 발끈한 새누리당 충북도당은 이 후보를 고발하기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