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윤진식 충북도지사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이시종 충북도지사 후보가 현안에 대한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내며 충돌했다.

‘경제에 무식·무지한’, ‘이완용과 뭐가 다른지’ 등 험악한 수식어들을 쏟아내며 날을 세웠다.

19일 충북기자협회가 주최한 6회 동시지방선거 충북도지사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동향에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라는 근거로 일부 언론이 표현하는 ‘50년 지기’로 보기 힘든 공방이 오갔다.

시작은 화기애애했다. 취재진 카메라 앞에 선 두 후보는 악수하며 “진작에 지사 출마한다고 했으면 내가 양보했을 텐데(이 후보)” “지금도 안 늦었다(윤 후보)”는 등의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었다.

그러나 모두발언을 마치고 상호토론으로 접어들자 두 사람은 감춰두었던 발톱을 세웠다.

청주공항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는 주제에서 윤 후보는 민선5기 충북지사인 이 후보를 겨냥해 “인프라 구축이 중요한데 천안∼청주공항 전철 연장, 활주로 확장, (공항 운영권)민영화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룬 게 없다”고 비판한 뒤 “내가 당선하면 저비용항공사 유치, 충북선(철도) 현대화, 충청권 광역급행철도(GTX) 건설, 충청내륙고속화도로 조기 완공 등 주변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이 후보는 “청주공항 활성화는 민선 5기 최대의 업적이다. 최근 3년 연속 공항 이용객 수가 늘었고 내가 지사로 재직하는 동안 전국 7대 공항에서 5대 공항으로 발전했다. 활주로 확장은 ‘위험활주로 개량’ 방식으로 전환됐고 MRO(항공정비)사업도 원활하게 추진되고 있다”고 반박한 뒤 “(윤 후보는)청와대 정책실장 재직 당시 공항 민영화를 추진해 충북과 정반대의 길을 걷지 않았나”라고 공격했다.

경제자유구역 충주 에코폴리스 부분개발에 관해서도 부딪혔다.

윤 후보는 “일부 지역이 비행기 소음 등 문제가 있다면 전체 용지를 단계적으로 개발하면 될 것 아닌가”라고 했고 이 후보는 “윤 후보가 충주의 특정지역을 찍어 개발예정지로 삼은 것에서 문제가 시작됐다. 어렵게 국방부 동의를 얻어 부분개발이란 성과를 거뒀는데 왜 화살을 내게 돌리느냐”고 맞받아 쳤다.

그러자 윤 후보는 “내가 이 지사를 천수답 도지사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충주에코폴리스에서 제척한)문제지역에 정말 문제가 있다면 왜 입안 당시 문제점을 짚지 못했는가. 국방부의 동의를 얻었다고 자랑하는데 분명한 건 국방부는 협의부처이지, 동의부처는 아니란 점”이라고 주장했다.

‘충북경제 3% 벽 어떻게 넘을 것인가’란 주제의 상호토론에선 ‘막말’에 가까운 표현이 튀어나왔다. 이 후보가 윤 후보의 세종시 수정 찬성, 금융위기 조기진단 실패 등을 거론하면서 ‘국권침탈의 장본인, 매국노 이완용과 뭐가 다른가’라는 취지의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

이 후보가 광공업생산 증가율 전국 1위, 농가소득 증가율 전국 1위 등 통계청 자료를 근거로 “1등 충북을 실현했다”고 한 것을 두고 윤 후보는 “GRDP(지역내총생산)와 같은 객관적 자료를 내세워야지 엉뚱한 통계로 충북경제가 성장했다고 과장하는 것은 혹세무민에 가깝다”고 공박했다.

그런 뒤 “경제를 모르는 무식한 도지사”란 표현을 썼다. 이 후보가 “여긴 토론회장이다. 정제된 용어를 써달라”고 하자 윤 후보는 “그럼 무지로 순화하겠다. 누구는 이완용을 들이대는데 나라고 무지, 무식이라고 못할 이유가 있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 후보가 ‘친구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라고 하자 윤 후보는 ‘지금 이 순간은 친구 아니다’라면서 물러서지 않았다.

이렇게 두 사람의 말싸움, 기 싸움은 토론이 이어지는 2시간 내내 쉬지 않고 이어졌고 한때 방청객과 후보자가 고함을 주고받는 일도 있었다.

‘두 후보가 50년 지기는 맞나’란 패널의 질문도 있었는데 두 사람은 “친구는 맞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저 동문 일뿐’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 속내가 아니었을까 느낄 정도였다.

토론회가 끝나기 직전 이 후보는 ‘이완용 발언’에 관해 “절대 (내 진심이)아니다. 그때 잠시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없는 발언으로 해달라. 취소하겠다. 오해 없길 바란다”고 해명했고 윤 후보는 “살아온 길은 달랐지만 고교 때 같이 공부했으니 친구는 맞다. 그러니 서로 존중해줄 건 존중해주자”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