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가(陽山歌)는 신라 화랑 김흠운의 죽음을 애도하여 서라벌사람들이 부른 비가(悲歌)다. 화랑도로 편성된 낭당(郞幢)을 지휘한 김흠운은 신라 왕족으로 영동 양산 조천성(助川城)을 공략하다 백제군의 습격을 받고 애석하게 전사한다. 삼국사기 열전을 보면 흠운은 위기로부터 피신 할 수 있었으나 끝내 비굴함을 보이지 않고 싸우다 장렬하게 죽는다.

당시 신라 전사들은 전쟁에 나가 죽는 것을 큰 영예로 알았다. 원술랑은 대당전쟁(對唐戰爭)에서 패전 후 살아 돌아온 탓으로 부친 김유신장군을 만나지 못했다. 원술이 무사로서 국가를 위해 죽지 못하고 비겁하게 산 것을 수치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는 후에 매초성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고 집에 돌아와 모친을 상면하려 했으나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어머니마저 아버지의 유훈을 받들어 아들을 생전에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백제도 예외는 아니었다. 장군 계백은 신라 5만 대군이 침공해 오자 5천명의 결사대를 이끌고 결전에 나서지 않는가. 절망적인 순간, 계백은 가족들을 모두 죽이고 결연하게 황산 전투에 나선 것이다. 이 길 수 없는 전쟁임을 알았지만 도망가지 않고 조국을 지키기 위해 몸을 바쳤다.

이런 국가 사수의식은 우리 역사에서 연면한 정신으로 계승된다. 임진전쟁당시 동래부사 천곡 송상현은 무관이 아니었으면서도 성을 사수하다 3천명의 군사들과 함께 순절했다. 함락 직전 임금이 있는 북쪽을 향해 삼배하는 순간 왜군에게 팔과 다리를 모두 잘렸다. 그는 목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관인을 품에 안고 놓지 않았다. 이 모습을 지켜본 왜장은 그 충절을 높이 사 시신을 거둬 장례까지 치러줬다고 한다.

옥천 안내 밤티에 낙향했던 조헌(趙憲)은 장군이 아니었으면서도 제자와 노비, 승려을 규합하여 왜군과 싸웠다. 중봉은 7백명의 의사들과 금산 전투에서 죽음으로 나라를 지킨다. 살고자 했다면 밤티에 숨어 나오지 않았을 게다. 조헌은 비겁하지 않은 조선의 학자요, 충신으로 기록된다.

전쟁이 발발하면 숨지 않고 자진해서 고국으로 돌아가는 이들이 이스라엘 민족. 언제부터인가 이스라엘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말을 입가에 굴리며 살아왔다고 한다.

‘나의 진정한 소원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I wish that I could go back home)’. 이런 정신이 수십 배가 넘는 아랍제국의 군사력에 맞서 예루살렘을 굳건하게 지키는 원동력일 게다. 2천년 수난의 민족사가 만들어준 강인한 호국의식이요, 조국애다.

히브리 대학(Hebrew University of Jerusalem)은 이스라엘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명문 대학. 매년 독립기념일이면 캠퍼스에서는 뜻있는 기념행사가 열린다. 지난 역사동안 나라를 위해 헌신한 국민과 군인등 영웅들의 이름이 호명된다. 행사는 이스라엘 애국가 ‘하티크바(희망이란 뜻)’를 합창하는 순간 절정을 이룬다.

최근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 한 예비역 학생이 ‘전쟁 나면 도망가겠다’는 글을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다른 댓글에서는 ‘전시 소집에는 절대 응하지 말자. 우리 모두 약속하자’는 선동성 발언도 나왔다. 댓글 가운데 이 같은 주장을 개탄하고 비판하는 의견도 많다.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왔는지. 아무리 표현의 자유가 있다지만 한국 최고의 상아탑이라는 서울대학에서 이런 논란이 나온 것 자체가 실망스럽고 장차 나라의 안보가 우려된다. 이는 천수백년 외침에 굴하지 않고 민족의 전통성을 지켜 온 우리의 진정한 정신이 아니다.

대륙 만주를 유전하며 일본군대와 싸웠던 광복군들. 이들은 오로지 조국의 독립만을 위해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렸다. 이들이 눈물로 부른 독립군가가 새삼 가슴에 와 닿는 시기다.

"신 대한 독립군의 백만 용사야 /조국의 부르심을 네가 아느냐 /산천리 삼천만의 우리 동포들 건질이 너와 나로다 /싸워 싸워 싸우러가자! 나가 나가 싸우러 나가 /독립문의 자유종이 울릴 때까지 싸우러 나가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