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색 개나리는 새 봄의 전령이다. 연분홍 진달래와 더불어 겨울 기운이 사라지지 않은 우리 주변을 곱게 물들인다. 개나리꽃의 꽃말은 희망이라고 한다. 김수정 시인의 ‘개나리꽃 한 아름 가슴에 품고’에는 사랑하는 임을 기다리는 시인의 맑은 심경이 물씬하다.

“봄이 왔어요.../노오란 꽃웃음으로 언 가슴 녹여주리 /까맣게 잠든 사랑의 꽃 다시 피우리.../온 몸 온 맘 즐거이 가벼이 /가슴 한 가득 개나리꽃 피워 올려 /님 따라 봄 따라 산 넘고 물 건너가리...”

우리민족은 백의민족이라고 불리지만 노란색을 사랑해 왔다. 옛 사람들은 황색(黃色)이 우주의 중심이 되는 색으로 생각했다. 오행(五行)의 기본인 목, 화, 토, 금, 수(木火土金水)는 동, 남, 중앙, 서, 북에 해당된다. 여기에 오방색을 설정했는데 바로 중앙이 황색, 남쪽은 홍색(紅色), 동은 남색(藍色), 서는 백색(白色), 북은 흑색(黑色)이다.

통일신라는 백제, 고구려를 멸망시킨 후 투항한 군사들을 재편성하면서 군복 색깔로 구별했다. 신라군은 녹색과 자색의 옷을 입고 구백제군은 백색, 구고구려군은 노란색, 말갈은 흑색의 복장을 입혔다.

이들 연합군은 매초성(지금의 연천)에서 말갈 기병군을 앞세운 당나라 20만 대군과 접전을 벌였는데 세계전사에 남을 대승을 거둔다. 오방색 깃발아래 오색의 군복을 입은 신라(연합군)이 몇 배나 되는 대륙의 기병들을 궤멸시킨 것이다. 노란색을 입은 구고구려 군사들의 뛰어난 용맹이 눈에 그려진다. 제일 용감하게 당나라진영을 무너뜨렸는지 모른다.

예로부터 시집 안 간 처녀는 꽃 분홍치마에 노란색 저고리를, 신부는 녹의홍상을 입었다. 송나라 서긍의 고려도경에는 사신 행렬을 구경나온 송도(松都) 소녀들이 흰 모시 저고리에 노란색치마를 입은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다.

왜 규수들에게 노란색의 저고리나 치마가 유행한 것일까. 노란색이 중국에서는 황제의 색이라고 하여 백성들은 사용하지 못했다. 그런데 왜 한반도에서 만큼은 노란색 저고리나 치마를 상용해도 된 것일까.
재미난 것은 조선시대 법전 경국대전에 기생들에 한해 금은의 장식과 능라의 의복을 입을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기생들에게만 규제를 풀어 화려한 치장을 허용한 것이다. 이 제도는 고려시대부터 내려온 유풍일수 있다.

기생들은 노란색, 붉은색 등 색상과 자수를 놓은 중국제 옷감도 허용되었다. 금·은제 노리개와 장신구까지 패용할 수 있었다고 하니 대단한 특혜였던 것이다. 명기 황진이는 기생이 되기 전 소녀 시대부터 노란색 저고리를 즐겨 입었다. 몇 년 전 방영된 드라마 ‘황진이’에서 여주인공 하지원이 노란색 저고리에 홍색의 치마를 입은 것은 고증에 따른 것이다.

조선후기 영의정 김좌근의 첩 나합(羅閤)이 당시 시정의 비난을 무릅쓰고 왕실부녀자처럼 노란색 비단옷에 직금까지 수놓은 치마를 입고 다녔다. 당시 비판적인 선비들은 나함을 가리켜 ‘참람하기 그지없다’는 비판을 쏟았다. 이를 감안하면 기생뿐 아니라 시중의 여염집에서도 노란색 치마, 저고리가 널리 유행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리스 신화에는 노란색이 지혜의 여신인 아테나를 의미한다. 아테네라는 이름이 이 여신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노란 리본’은 2차 세계대전 때 전쟁에 나간 군인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뜻으로 나무에 매달은 것이 유래한 것이다. 지금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이 ‘노란리본’이 국민들의 가슴에 달리고 경기도 안산을 위시, 제주도에 까지 전국에서 파도를 이루고 있다.

노란색은 또 상처를 회복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아무쪼록 세월호 침몰로 참담한 상처를 입은 유가족을 위로하고 다시 용기와 희망을 세우는 그런 힘으로 작용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