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비전교조 출신 충북교육감 단일 후보로 선출된 후 장병학 충북교육감 예비후보는 한껏 격앙된 음성으로 기쁨을 이렇게 표현했다. 두 달가량 가슴 졸인 단일화 과정이 마무리 되어 꿈에 그리던 교육감 자리를 눈앞에 두게 된 장후보로서는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은 심정이었을 게다.

후보 단일화 추진위원회가 추진위 여론조사 결과 1, 2위를 차지한 홍순규, 장병학 후보를 상대로 청문절차와 투표를 걸쳐 단일 후보를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을 때 장병학이 최종후보로 결정되리라 생각한 사람은 사실 많지 않았다.

컷오프에 걸려 깨끗이 여론조사 결과에 승복하고 후보를 사퇴한 홍득표, 강상무 후보보다도 스펙 등에선 오히려 상대적으로 한참 불리했던 후보가 장병학이다. 게다가 그동안 조사했던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선 항상 홍순규가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다른 후보군에 비해 월등한 지지를 받고 있었던 홍순규 후보는 이 같은 결과를 내세우며 후보에 중대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1위를 한 후보로 추대할 것을 추진위에 요구해왔다고 한다.

그러나 11명의 추진위원들은 당연히 자신이 승리하리라 믿었던 홍순규 대신 장병학의 손을 들어 주었다. 홍순규를 선택하지 않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을 것이나 무엇보다도 마지막 추진위원들 앞에서 발표한 교육감 후보로서의 자질과 비젼에 대한 발표에서 장병학의 성실한 준비가 마음을 움직였다는 평을 들었다. 최후의 30분이 승패를 가른 셈이다.

그런데, 발표를 들으며 비전교조 출신 충북교육감 단일 후보결정과정이 정리가 되었다는 느낌이 오지 않았다. 신뢰성이 없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불복 입장을 밝힌 김석현 후보가 고춧가루를 뿌릴 가능성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찜찜한 예감은 빗겨가는 법이 없었다. 다만 폭탄을 터뜨려 공든 절차를 엉망으로 만든 이가 김석현이 아니라 홍순규라는 점이 달랐다. 추진위의 후보 결정 하루 뒤, 홍순규는 절차상 중대한 문제가 있다며 독자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홍순규가 독자 출마를 선언하면서 보수 성향 충북교육감 후보들의 단일화는 물 건너 간 꼴이 되었다. 컷오프를 존중하여 그 날로 후보를 사퇴한 홍득표, 강상무 후보의 신사다운 결정도 허망하게 빛을 잃고 말았다.

교육감 후보들의 거취가 이래서야

"후보 단일화 추진위가 장병학 후보를 보수 진영 최종 단일 후보로 결정한 것은 이해할 수 없으며 교육감 선거에 출마해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겠다"고 한 홍순규의 기자회견이 참으로 거시기하다.

제가 떨어진 이유를 이해하는 후보가 어디 있겠는가. 그런 후보가 만일 있다면 돈 주고 일부러라도 가서 구경할 일이다. 당연히 경선에서 떨어진 후보는 억울함을 넘어 천불을 억누르기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룰에 승복하는 것은 그들 스스로 합의 결정한 약속을 지키려는 양심이 있기 때문이다.

단일화가 물 건너간 지금, 여러 사람이 후보사퇴를 아까워하고 있는 홍득표 교수의 변을 다시 새기게 된다.

"개인의 유·불리에 따라서 합의를 파기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며 신뢰성에 치명상을 입게 된다. 여론조사는 오차범위, 신뢰수준, 조사기관별·시기별 차이, 응답률 등에 문제가 있지만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고육지책으로 선택한 단일화 방식이기에 존중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