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를 잡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먼저 코코넛에 원숭이의 손이 간신히 들어 갈만한 구멍을 만든다. 다음으로는 그 통 안에는 원숭이가 좋아할 만한 열매인 바나나, 사과 등을 넣어놓는다. 원숭이 손에 가득 잡혀있는 열매들 때문에 손이 빠지지가 않는다고 한다. 원숭이가 도망쳐서 살 수 있는 방법은 단순히 잡고 있는 열매를 포기하면 된다. 하지만 원숭이는 열매가 아닌 "욕심" 이란 것을 포기하지 못하고 죽음이라는 최후를 맞이한다.

최근 비전교조 출신 충북교육감 후보 단일화 실패를 보면서 생각나 적어 본 것이다. 비전교조 출신 충북교육감 단일화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지난달 26∼27일 여론조사를 실시해 보수진영 5명의 후보 가운데 장병학 후보와 홍순규 후보를 단일화 대상으로 압축하고 지난 3일 청문회를 열어 장 후보를 단일 후보로 최종 확정했다. 앞서 홍득표 후보와 강상무 후보는 추진위 결정을 수용 해 ‘아름다운 사퇴’를 한 바 있다.

하지만 탈락한 홍 후보는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어 “후보 참관인 없이 진행된 추진위의 후보 결정은 절차상 중대한 문제가 있다”며 불복 의사를 밝힌 뒤 독자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또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컷오프’된 김석현 후보 역시 불복 가능성을 시사한 상태다. 마지못해 참여하는 단일화는 그 결과에 또다시 불복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예를 보여 준 것이다.

이에 따라 비전교조 출신 충북교육감 단일화는 사실상 물건너 간 셈이다. 지금 상황으로는 비전교조 출신 후보가 난립되는 바람에 전교조 출신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같은 상황은 4년전 서울시교육감 선거를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당시 전교조 출신 진보 후보는 단일화 된데 반해 비전교조 출신 보수 후보들이 난립되는 상황에 선거를 치렀다. 선거 결과, 전교조 출신 곽노현 후보가 당선됐다. 하지만 곽 교육감은 진보진영 박명기 후보에게 단일화 조건으로 2억원을 건넨 혐의로 2012년 9월27일 대법원에서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아 교육감직을 상실했다. 곽 교육감의 낙마로 2012년 치러진 서울시교육감 재선거에서 보수진영이 단일화 되는 바람에 문용린 교육감이 당선됐다.

비전고교 출신 단일화 실패로 이제 충북교육감 후보는 모두 6명이다. 보수 후보는 5명인데 반해 진보 후보는 1명이다. 후보로 등록해 선거에 참여하면 당연히 자신이 당선될 것으로 믿는다. 후보들은 나름대로 자신이 가장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을 가지고 출마를 했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의 생각에 관계없이 자신이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정된 유권자들이 여러 후보에게 투표를 하면 결국 표가 분산될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후보라 할지라도 자신의 표 역시 분산된다. 이와 같이 후보가 난립하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 보다는 부정적 측면이 더 많다. 단일화를 해야 하는 이유다.

비전교출신 단일화 번복은 충북 유권자 무시내지 우롱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교육학의 가장 기본적인 이론이 있다. 교육에 있어서 교사의 자질과 능력이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는지 잘 알려주는 상징적인 말이다. 마찬가지로, 교육의 질은 교육감의 질을 넘을 수가 없다.

이번 비전교조 출신 단일화 실패에 충북 유권자들은 크게 실망하고 있다. 비전교조 출신 후보 단일화에 참여했다가 불복한 후보들은 그럴듯한 변명을 내세우지만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아예 보수진영 손영철· 임만규후보처럼 처음부터 참여치 않았어야 옳다. 자신이 한 약속을 저버린 것은 충북 도민들을 무시내지 우롱한거나 마찬가지다.

이번 6.4지방선거에서 충북교육감 선거는 비전교조출신 단일화 실패의 혹독한 댓가를 치를 것이다. 자유당 시절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구호가 실감날 때가 머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