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불확실 하나 지나고 보면 틀림없이 엄청난 변화를 알게 된다. 그러므로 자신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사람은 가장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대응을 한다.  ‘자네 사위 뭘 하는가?’ ‘선생님이지. 학교에서 최고 높은 교장선생님’ 언제나 당당한 자랑으로 말씀하시던 장인어른을 기억한다. 동병상련 일까?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인해 졸지에 여러 학생과 동료를 잃은 단원고 교장의 공허하고 뻥 뚫렸을 슬픔 그리고 정신적 충격과 뭇매에 매우 혼란스러웠으리라.

개인이나 조직에 있어 세가지 수준의 지혜를 꼽는다. 상지(上智)란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예견한 조치이고, 하지(下智)란 상황이 발생했는데도 파악을 못해 우왕좌왕하는 어리석음이라 했다. 현재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여 적절한 대응인 중지(中智)가 바로 단원고의 ‘발등 위 불’이다. 맨붕 상태인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의 안정을 최우선으로 교육과정운영 정상화를 서둘러야 한다. 학교장 지혜까지 표류하면 학교전체의 좌초나 다름없다. 교육은 역경을 이겨낼 때 빛을 발휘한다. 불꽃은 그냥 뜨거움으로 치닫는 게 아니니까.

◇어른의 실종

내가 왜 이럴까?  곰곰 생각해봐도 멀쩡한 정신 아닌 채로 살아온 게 분명하다. 요즘, 어른이 없다는 성토가 잦다. 사전적 의미로 어른은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인데, 누구 하나  제대로 꿰매고 꼿꼿한 어른이 안보인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사건 사고에 엉킨 ‘어른들 믿어야할까 말까?’ 아이들 입으로 말한다. 묵은지 같은 일기장을 들춰 지난 세월로 들어가 보니 차라리 덮어두는 게 마음 편할 것 같다.

실천하기 가장 어려운 일은 남이 보지 않을 때 자신을 속이지 않는 것이다. 누구나 나이 먹기는 쉽지만 어른 노릇하기가 어렵다. 뻔한 잘못을 알면서 그냥 화(禍)를 자초하는 어른들 ‘부끄부끄’ 극치다. 여객선 세월호 참사도 어른들이 빚었다. 괴담같은 선장과 악풀 역시 어른 소행으로 드러났다. 세 자릿수 가감산 통계조차 미달인 어른들, 분명 노력하지 않고 성공 대열에 낀 것도 어른 아닌가? 어른의 심장부터 달라져야 비로소 국격도 얘기할 수 있으리라.

어른들은 입버릇 처럼 ‘미래의 희망이며  꿈나무’로 아이를 기대한다. 그러면서 어린이 보호구역엔 날라 다니는 자동차와 맨발로 뛰어야할 놀이터마다 술병 쪼가리며 남은 안주 천지로 만든다. 딱지치기, 구슬치기, 땅따먹기 등 자연과 함께하던 문화에서 컴퓨터 오락게임이나 밀폐된 공간으로 마구 아이들을 끌고 있다. 상혼(商魂)에 동심 먼저 찢긴다.

얼마 전 ‘내 아버지 당신을 너무 많이 몰랐다’는 기고를 읽은 후, 삶의 반추가 아리하다. 입에 풀칠 걱정으로 궁핍하던 때도 살쩜같은 끈끈한 정 속에서 살았고 얻어먹는 거지들도 철저하게 룰을 지켰건만, 왜 기본까지 무시한 채 마구잡이로 부대끼는 걸까? 어른노릇 못하는 기성세대 붕괴가 과부하에 걸려 신음소리만 높다. 세월만 칭칭 감았다고 어른이 아님을 금년 어린이 날, 어버이날에서야 안다. 하루 한끼 밥상 앞에서도 아이들과 눈을 마주할까봐 긴장하는 어른들, 어떤 길로 어떻게 걷느냐가 바로 어른다운 길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