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여, 물을 건너지 마오/ 그대 결국 물을 건너 셨도다 /물에 빠져 돌아가시니 /가신 임을 어이할꼬...’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는 고조선시대의 비가(悲歌). 백발의 한 노인이 아내의 만류를 듣지 않고 강을 건너다 죽었다. 아내는 그 자리에서 공후(箜篌)를 타며 슬프게 노래를 부르다 자신도 강물에 몸을 던져 죽는다. 곽리자고라는 사람이 비극의 현장을 목격하고 집으로 돌아와 아내 여옥에게 들려주었더니 그녀는 공후를 타며 처연하게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부친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인당수에 몸을 던진 효녀 심청. 판소리로 불려 진 심청가도 비가의 백미다. 어린 소녀를 바다에 빠뜨리려고 준비하는 선원들의 모습과 그 슬픔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전략)...이는 곧 인당수(印塘水)라. 대천(大川)바다 한가운데 바람 불어 물결 쳐, 안개 뒤섞여 젖어진 날, 갈 길은 천리만리(千里萬里)나 남고. 사면(四面)이 검어. 어둑 정그러져, 천지적막(天地寂莫)한데...물결은 위르르, 출렁 출렁. 도사공(都沙工) 영좌이하(領坐以下), 황황급급(遑遑急急)하여, 고사지제(告祀之祭)를 차릴제... (중략)...사공(沙工)도 울고, 접근 화장이 모두 운다. 장사도 좋거니와, 우리가 년년(年年)이, 사람을 사다, 이 물에다 넣고 가니. 우리 후사(後事)가 잘 되겠느냐. 영좌(領坐)도 울고, 집좌도 울음을 울며, 명년 부텀은 이 장사를 그만두자. 닻 감어라. 어기야 어야. 어야. 어기야 어야야...”

바다는 언제나 위험스런 물길이다. 지아비를 풍랑에 잃은 아내에겐 야속하고 한스런 눈물의 바다였다. 뱃사람들은 풍랑이 바다에 사는 용왕의 조화로 생각하여 배신굿·별신굿· 풍어제·사해제 등을 만들어 음식을 바다에 바치게 됐다. 이들 굿들은 모두 정성스럽고 간절한 의식으로 자리 잡는다.

송(宋)나라 사신 서긍이 쓴 고려도경(高麗圖經)에도 이런 서해바다 풍속을 소개하고 있다. “군산도 일봉산에 오룡묘가 있는데 그 입벽에 오신상을 그려 놓고 선원들이 용왕에게 제사를 지냈다”는 내용이 나온다.

옛날에도 전남 해남 인근의 바다는 선박 침몰 사고가 제일 잦았던 모양이다. 이 지역에는 ‘방주용왕송신제(方舟龍王送神祭)’라는 민속제가 전해 내려온다. 우선 방주(方舟) 안에 허수아비 용왕상을 만들어 세운다. 그리고 술과 음식을 가득 실은 후에 농악과 수살막이 노래를 부르면서 용왕을 기쁘게 해 준다. 제사가 진행되면서 방주를 바다로 흘려보낸다.

전북 부안군 바닷가에서도 용왕제가 열린다. 매년 정월 초사흘 위도면 대리마을에서는 마을의 평안과 안녕을 빌고 그해의 풍어를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바다에서는 1993년 훼리호 침몰 사고가 발생, 3백명 가까운 귀중한 생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순신 장군이 명량대첩을 승리로 이끈 전남 해남과 진도 사이에 있는 맹골수도는 조류가 세다고 한다. 조선을 침공한 왜군들도 여기서 수천 군사들이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이 바다에서 세월호가 침몰, 많은 어린 학생들이 희생돼 전 국민들이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배를 버린 선장과 선원들에게는 분노로 성토하고 있지만 제자들을 구하려고 처절하게 발버둥친 교사들, 책임을 다한 20대 여승무원의 살신성인, 친구를 위해 구명조끼를 벗어준 의로운 학생들의 사연마다 눈물을 흘리게 한다.

이 시대 한국인의 슬픔을 대변한 ‘공무도하가’인가. 가수 김범수의 노래 ‘보고 싶다’가 세월호 참사로 슬픔에 빠진 국민들을 위로하는 작은 힘이 되고 있다고 한다. 다시는 세월호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는 안전망을 철저히 점검하는 역사적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