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이자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라는 이중적인 생각이 있다. '일본이 있다' 또 '일본은 없다'라는 책들이 있을만큼 일본에 대한 연구와 생각은 극과 극을 바라보는 것이 사실이다.

여행을 일본으로 간다고 하자 아이들조차 '왜 일본을 가셔요?'하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본에 대해서는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언젠가는 일본을 한번 가 보고 싶은 것은 솔직한 심정이였다. 3박 4일동안 한 팀이 버스로 29명이 함께 이동했는데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평균 연령이 75세라고 하니 우리도 장수나라이고 고령이신 분의 해외여행 모습이 자랑스러웠다.

한국은 중국, 일본, 러시아와 인접해 있다. 중국이 13억의 세계 1위, 러시아는 약 1억5천명으로 세계 7위, 일본은 약 1억 3천명으로 9위로 세계 10위 이내의 세 나라가 한반도를 감싸고 있다. 일본은 이미 제 1차 세계대전 이후에 세계 5대 강국의 하나로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았으며, 제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했지만 1960년대 고도 경제성장 이후에는 세계 3위 경제대국의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일본과 한국과는 매일 1만명을 넘는 양국민의 왕래가 말해주듯 정치, 경제 뿐만 아니라 학술, 예능, 군사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로 교류가 확대되고 있다. 양 국민 간의 국제결혼도 비약적으로 늘어나는 등 양국의 선린 우호관계가 밑바탕에서부터 뿌리를 내려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의 대립과 갈등 요인 또한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본문화 연구가 최관 교수의 '우리가 모르는 일본인'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일본에 대한 우리들의 복잡한 정서가 자리잡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대한 일본의 역사인식, 역사교과서 문제, 보수우익들의 언행 등에 의해 부정적 이미지가 뿌리 깊게 남아 있으며, 동시에 다른 한편에서는 깨끗한 일본사회, 친절하고 예의바른 일본인, 배워야 할 점이 많은 일본인의 장인정신 등 이미지도 갖고 있다.

'메이드 인 재팬'의 성능은 높이 평가하면서도 운동시합에서 일본에게만은 지지 않으려 하는 것처럼 국가로서 일본은 가장 싫은 나라로 남아있다. 단순화하면 일본인 개인은 좋은데 일본이라는 국가는 싫다, 일본은 싫은데 일제는 좋다라는 식의 이율배반적인 감정이 존재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의 일본에 대한 감정과 현실이 상충된 상태에서, 어느 한쪽에만 치우쳐서 일본을 판단하고 이해한다면 더욱 복잡한 문제만 야기될 것이다. 따라서 먼저 이 두 가지 상반된 측면이 우리에게 있음을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일본은 좋다.

전통주거문화와 먹거리도 체험 할 수 있었다. 다다미 방에 예의와 친절, 질서와 공손한 매너가 인상적이였다. '유카타'라는 옷을 입고 스텐레스스틸로 제작된 한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작은 욕조에서 가족 모두가 차례로 같은 물을 여러날동안 사용하는 목욕문화였다. 욕조에 온도조절기까지 부착해서 데워서 같은 물을 여러날동안 사용하는 것이 일반인의 목욕이다.

여행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은 작은 것에서 얻는 기쁨과 소중함을 깨닫았다. 미국의 저술가 엘렌 G 화잇의 글이 생각났다. "끊임없이 행복을 찾아다니는 많은 사람이 그것을 얻지 못하는 까닭은 그들이 작은 의무들을 이행하지 않고 생애의 사소한 예의들을 준수하는 일을 무시함으로 행복의 기초가 되는 원칙들을 거역하기 때문이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쓴 신영복 교수의 글이 귓 전에 맴돈다. "여행은 단순한 장소의 이동이 아니라 자신이 쌓아온 생각의 城을 벗어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