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둘을 두 살 터울로 받으시곤 맏며느리가 몹쓸 것만 낳았다고 구박만 골라 꿴 시어머니 /세번 째 진통엔 아예 벗은 신 뒤돌아 못 본 채 산실을 헤매셨다 /‘고추다 고추’ 소리소리 하늘 찔러 /탯줄도 마르기 전, 미역국 두 대접 순식간에 비운 어머니의 날 /오죽이나 좋으셨음 겨우 삼 지난 손자 안고 동네 방네 휘파람 날린 할머니 /내리닫이 손자 여섯… 울며느리 ‘아들낳는 기계’라며 떠 받쳤다지 /필자의 시 ‘엄마의 아들’ 전문이다. 바야흐로 생명이 깨어나는 계절에 잇따른 슬픔을 마주하니 웬 날벼락인가? 그동안 생애의 고비라 불리는 고등학교 중턱에서 미래를 투자하던 자랑스런 우리의 아들 딸들이 선생님과 함께 세월호란 여객선에 올라 제주도로 향하던 수학여행 바닷길을 누가 이렇듯 눈물로 찢었을까?

고등학교 추억은 뭐니뭐니해도 수학여행을 잊지 못한다. 평생을 두고 울여내도 끝없는 게 바로 그 시절 여행 담이다. 밤 새 뜬눈으로 진도 앞바다를 건너 전해오는 뉴스만을 지키며 애타게 기적을 달구는 가족과 국민 모두의 한결같은 바람에 하느님도 무심하지 않으리. 그러고 저러고 승선 학생과 여객들을 팽개치고 선장과 승무원 먼저 탈출한 줄도 모른채 매뉴얼과 전혀 다른 안내방송을 믿으며 서서히 차오른 물속에서 어느 새, 한송이 조화로 떠오르다니 세상 어떻게 이런 일이? 일반상식으론 도저히 납득하기 조차 억장부터 무너진다.

◇모두가 죄인

모든 사고는 예고가 없다. 특히 바다의 경우 평소 안전수칙 등, 철저한 위기 대응을 요구받는다. 극한상황에서 초개와 같이 자신을 버리고 대를 위해 희생한 영웅적인 사례도 많다. 우리 해군 천안함이 피격돼 두 동강 난 채로 침몰, 참혹했던 백령도 사건일지가 벌써 4년째다. 772함 수병 46명 아들은 물살 센 바다 속에서 명찰만을 물에 불린 채 영원한 바다의 별로 잠들었다. 당시, 함장은 다친 부하에게 자신의 구명조끼를 입혀 구조와 탈출을 지휘했고 경험 많은 고참 부사관들은 ‘저 체온증으로 목숨을 잃을 수 있으니 절대로 물에 뛰어내리지 마라’며 승조원들을 매뉴얼 이상으로 최후 조치했다. 바다 그 밑을 여러 날 묶인 용사들의 생환 특보가 날아들길 고대했건만 자식이란 끈마져 싸늘한 주검으로 앗아갔다.

스스로를 준엄하게 달군 조국 수호의 불사조인 한주호 해군 준위도 머나먼 장송을 맞아야 했다. 침몰 해역으로 달려와 실종과 유류품을 수색했던 98금양호까지 끝내 가라 앉았다는 안타까운 악몽을 기억한다. 이번 사고에서도 마찬가지다. 오열과 고통을 감내하며 민간인 잠수부와 어민, 경찰, 육 해 공군의 목숨을 담보한 전방위적인 합동 구조야 말로 1초를 다투는 긴박한 시간 겨루기다.‘바깥 소리 들리잖니? 제발, 조금만 더 이겨내렴…’

가슴 한복판에서 영원히 우릴 지켜주는 어머니 아버지의 기막힌 끈 내 새끼 내 자식, 하늘을 올려보면 미워질 만큼 물무늬 떨림같은 빈 그림자가 밀려온다. '우리 아이가 아직 배안에 갇혀 있어요?' 차라리 당신과 자식을 바꾸자는 절규로 들린다. ‘그럴 줄 알았으면 한 번 더 안아볼 걸…’ 황급히 문자를 찍으려다 낮아지는 선실을 말똥말똥 지키며 되레 밖에 있는 아빠와 엄마를 걱정했을 홀로 깊은 모습이 비쳐 눈물조차 마른다. 200명 생사를 알 수 없는데 혼자 살기가 벅차다며 "모든 책임을 지워달라. 시신을 찾지 못하는 녀석들과 함께 저승에서도 선생을 할까" 인솔책임자였던 단원고 교감의 마지막 선택, 또 한번 교육자 순정 앞에 향초를 올린다.

누구 한 둘의 잘못 아닌 국민모두가 죄인이다. 원칙은 어디가고 눈가림만 요란하다. 큰일 터지고 나면 모두가 네 탓이란다. 대통령께서 직접 챙겨야 겨우 꿈틀하는 세상인 게 너무 파렴치 하지 않은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얘들아, 기적을 만들어 너희가 더 나은 세상으로 가꾸어야 하지 않겠니? 조금만 더 힘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