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주인은 바꾸지 않고, 메뉴만 살짝 바꾸어 신장개업(新裝開業)하는 모습을 우리는 주위에서 흔히 본다. 사실 손님을 기만하는 행위인데 대다수 사람들은 여기에 속아 넘어가는 것이 현실이다. 재료와 메뉴는 종전과 같은데 식당 간판을 바꿔 눈속임을 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신장개업의 전문당 답게 이번에도 새정치민주연합이라고 간판을 바꾸어 달았다. 지난달 16일 창당한 새정치민주연합은 민주당 126석과 새정치연합의 2석, 무소속 2명 등 130석으로 출발했다. 오는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손님(유권자)을 유치할 준비를 마쳤다. 개업 당시에는 요란하게 ‘기초단체선거 무공천’을 내세웠다. 하지만 무공천 메뉴가 사라져 손님들 반응은 냉담하다.

이를 반영하듯 신장개업 발표 3주가 지났지만 지지율은 20%대 머물러 있다. 3월 첫주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을 한 자릿수 차로 따라잡으며 기대치를 높였으나, 격차는 다시 두 자릿수로 벌어졌다. 최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새누리당이 44%, 새정치민주연합 26%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율 하락은  지난 10일 신당 창당 선언 명분으로 내세웠던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을 철회한 게 주 원인이다.

사실 민주당은 선거때만 되면 국면전환용으로 당면을 바꾸곤 했다. 선거를 앞두고 이합집산을 거듭했다. 1987년부터 27년동안 11차례 당명을 바꿨다. 이번에도 2011년 야권을 통합한 민주통합당에 이어 지난해 5·4 전당대회를 거쳐 또 한 번 당명이 ‘민주당’으로 변경했다. 이어 지난달 26일, 안철수 새정치연합과의 전격 합당으로,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아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새로운 간판을 걸었다.

1992년 대선에는 민주당서 새정치국민회의, 1996년 총선에는 새정치국민회의서 새천년민주당, 2004년 총선에는 열린우리당서 대통합민주신당, 2012년 대선에는 민주통합당서 민주당으로 변경했다.

2008년 통합민주당, 2011년 민주통합당으로 명칭만 앞뒤로 바꿨다. 민주당 당명도 1991년, 2010년, 2013년 때 사용한 문구다. 민주당 역사에서 ‘민주’자는 1987년 평화민주당 시절부터 거의 빠짐없이 들어갔다. 1995년 정계 복귀를 선언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선 출마 결심하면서 탄생시킨 새정치국민회의는 ‘민주’가 빠진 유일한 사례다.

그동안 이합집산을 거듭하면서 수없이 당명을 바꿔 ‘OO민주당’에 들어갈 웬만한 단어들은 이미 다 사용했기 때문에 당명을 짓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다시 민주당, ‘도로 민주당’이 되었다. 물론 사람도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기초선거 무공천 철회 창당 명분 사라져

안철수 대표는 ‘간철수’ ‘뻐꾸기’란 닉네임이 따라 다닌다. 3년동안 이렇다 할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간만보다 허송세월을 보냈다는 것이다. 뻐꾸기는 자신이 집을 짓지 않고 남의 집에 알을 낳아 새끼를 기른다는데 유래한 말이다. 안철수는 창당 후 자신의 집이 부실하자, 민주당에 들어가 둥지를 튼 셈이다. 이제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에 들어갔지만 잘못하면 잡혀 먹히는 상황에 이르렀다.

안철수 대표와 김한길 대표는 신장개업 명목으로 내세운 ‘무공천’ 메뉴는 개발도 안 된 제품을 빨리 포장해 놓고 고객들을 눈속임하다 들통이 난 꼴이 됐다.

이제 안철수 대표의 정치적 위상도 급격히 하락해 ‘안철수 효과’도 사실상 더 이상 기대하긴 힘들어졌다. 김한길 대표도 새정치민주연합의 탄생의 명분이었던 무공천이 철회되면서 ‘도로 민주당’으로 구정치로 회귀했다는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새정치’ ‘무공천’ 이란 메뉴로 신장개업을 했지만 속을 국민이 아니다. 

순자에 보면 ‘군자는 배요 백성은 물’이라 했다. 물은 배를 띄워 주지만 성난 파도는 배를 뒤집어 버리기도 한다. 백성을 진짜 ‘물’로 보면 큰 코 다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안철수와 김한길은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정치적 운명이 갈릴 것이다. 급조된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방선거에서 성공해 롱런할 지, 아니면 ‘반짝정당’이 될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