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초기 국오(菊塢) 강희맹은 통신사로 일본을 다녀온 후 기행문을 썼다. 그것이 바로 ‘노송당 일본행록’. 이 행록에 재미난 내용이 보이는데 중세 일본 귀족사회의 동성연애 풍속을 기록한 것이다. 일본의 사찰에서는 20세 정도의 남자들에게 여복을 입히고 눈썹을 밀고 입술을 붉게 칠한다고 했다. 강희맹이 더욱 놀란 것은 일본왕 까지 미소년을 궁중으로 끌어들여 궁첩으로 삼는다는 것이었다.

일본의 중세시대 쇼군(將軍)들이 출전을 하게 되면 시동(侍童)들을 데리고 다녔다. 그런데 시동들은 밤이면 쇼군의 성적노리개로 바뀐다. 아이러니한 것은 시동들이 장성하여 용맹한 쇼군이 되었다는 사실. 도요토미히데요시의 부하들로 임진 전쟁시 조선침략을 주도했던 저명한 쇼군들은 바로 시동들이었다고 한다.

고대 제왕들의 동성 연애사는 비극적 사연이 많다. 한나라 성제의 연인은 여자처럼 아름답게 생긴 장방. 황제는 그를 총애하여 조카딸을 주어 시집보내기 까지 했으나 황궁에 가두고 동거까지 했다. 황제와 장방의 사랑을 시기한 태후가 두 사람을 갈라놓았다. 장방이 먼 곳으로 추방되자 성제는 눈물로 세월을 보낸다. 황제는 매일같이 편지를 보내 장방을 그리워하다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났다.

2천년전 전한(前漢)말 애제(哀帝)는 동현(董賢)이라는 미소년과 깊은 사랑에 빠졌다. 애제는 유명한 ‘단수(斷袖)’라는 고사를 만들어 낸 장본인. 애제가 동현과 함께 잠을 자다 팔을 베고 잠이든 그를 깨우지 않으려고 옷소매를 잘랐다는데서 비롯된 것이다. 정숭이라는 신하가 동성연인을 멀리 할 것을 간하자 황제는 그를 무참히 죽였다.

삼국유사에 보면 신라 혜공왕은 여자같이 행동하고 여장을 즐겨했다고 한다. 보다 못한 신하들이 모반하여 ‘왕은 본래 여자였는데 남자의 몸을 빌어 왕이 됐으니 불길하다’고 하여 시해했다.

세종 때 세자빈 봉씨가 시비(侍婢)와 동성연애를 하다 발각되어 폐출되었다. 기록을 보면 당시 궁녀들 사이에는 동성애를 ‘대식(對食)’이라고 불렀다. 이들은 서로 ‘방 동무’라는 은어를 쓰기도 했는데 엉덩이에 '朋(붕)'자 까지 타투(tattoo)하여 결속했다고 한다. ‘朋’ 문신은 두 개의 달 즉 두 여성이 합쳐진 것을 뜻한다.

세자빈 폐출사건을 계기로 궁녀들의 은밀한 성풍속을 감지한 세종은 삼강행실도를 하사하여 윤리를 공부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조선 하대에 이르기 까지 ‘대식’은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유랑극장 남사당패에서도 동성연애의 유형을 찾을 수 있다. 남사당패는 모두 남자들로 구성되어 있어 어린 소년들을 여장 시켜 '삐리'라고 불렀다. 남사당패들은 마을을 전전하며 풍악을 울려 구경꾼을 모았고 삐리들에게 성매매(비역질)까지 시켰다. 1천만관객을 모은 배우 이준기 주연의 ‘왕의 남자’라는 영화는 여기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다.

현대에 들어서 트랜스젠더는 크게 늘고 있는 것 같다. 외국에서는 트랜스젠더 미인대회까지 열려 화제를 불러일으킨다. 세계 제일의 미녀(?) 트랜스젠더는 태국 출신이다. 우리나라에도 커밍아웃을 하고 연예인으로 살아가는 이도 있지만 많은 이들이 유흥업소를 전전하며 불행하게 살고 있다.

최근 법원은 이혼한 부인과의 사이에 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가 신청한 ‘성별 정정’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보도내용을 보면 트랜스젠더인 아버지는 어머니와 이혼을 한 후에 여장을 하고 남자를 집안으로 끌어들였으며 청소년이었던 아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고 한다. 법원이 아버지의 존재 없이 살아야 할 가족의 입장을 지지한 것이다.

로마교황청까지 동성애자들에게 인도적인 태도를 보이고는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아직까지 관용적 단계는 아니다. 얼마 전 서울에서는 아파트에서 마약을 투약하고 환각 파티를 벌이던 남자 동성애자와 트렌스젠더들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들이 마약에 취하고 범죄나 퇴폐에 빠질수록 사회는 더욱 싸늘하게 바라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