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의 고장', '교육의 도시'로 일컬어지는 충북이라고 해서 아동 학대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2012년 5월 모 영육아원에서 독방 감금, 체벌, 마늘 먹이기, 핀으로 찌르기 등 다양한 형태의 가혹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 일로 아동학대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음에도 작년 한 해 충북에서 접수된 아동 학대 의심 신고는 무려 578건에 달한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조사 결과 이 가운데 385건은 방임·유기, 정서·신체적 학대 등이 실제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 신고의무자 의식 개선 시급

충북의 8세 미만 아동·청소년은 29만6천여명이다. 이 가운데 기초수급·차상위 가정 내 학대 위험 아동은 5%(1만5천62명)에 달한다.

아동 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데도 교직원이나 의료인, 시설 종사자, 공무원들은 그 심각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자신들이 아동 학대 현장을 포착하면 즉시 사법당국에 알려야 할 신고의무자라는 점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도내 아동보호전문기관 3곳에 접수된 아동 학대 의심신고 578건 가운데 신고 의무자들이 통보한 경우는 42.2%(244건)에 불과하다.

물론 의무 신고자들의 전국적인 신고율이 2012년 기준 36.9%라는 점을 고려하면 충북은 그나마 다소 나은 편이지만 일본 68%, 호주 73% 등에 비해서는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이런 문제점을 파악한 충북도는 지난 4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아동 학대 신고 의무자 250여명을 초청, 자정 결의대회를 열었다.

아동 학대 조기 발견 및 예방 정책을 연구하기 위해 학계·의료계·복지계 전문가 22명으로 정책자문단도 구성했다.

◇ 아동 학대 신고 불성실 땐 과태료 500만원

충북도는 아동·청소년을 적극적으로 보호해 안정적인 성장 환경을 마련하고 이들의 권리를 증진하자는 취지에서 종합대책도 지난달 수립했다.

신고 의무자가 10명 이상 근무하는 시설에서는 연 1회 직장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이렇게 했는데도 신고를 게을리하면 아동학대범죄특례법을 적용, 최고 5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기로 했다.

아동 학대는 가정 내 학대가 87%에 달할 정도로 많고 그 중 부모에 의한 학대가 84%에 달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가정 내 문제'라고 치부해 신고율이 낮고, 학대받는 아동을 신속히 격리 보호하는 '피해아동 보호 시설'도 충북에는 없다.

충북도는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아동복지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학대 아동 보호시설 설치를 보건복지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또 통합 청주시 출범에 맞춰 아동보호전문기관도 늘리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도내에는 북부·남부·중부권을 포함, 모두 4개의 아동보호전문기관이 가동된다.

충북도의 한 관계자는 "아동학대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방치되는 아동·청소년을 위한 맞춤형 복지 서비스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