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용 전 충북교육감이 25일 오전 청주시 상당구 북문로에 위치한 자신의 선거사무실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충북 최초의 교육감 출신 도백을 꿈꾸며 충북지사 선거에 출마한 이기용 전 충북도교육감이 25일 전격 사퇴했다.

지난 5일 교육감직을 사퇴하고 새누리당 충북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지 불과 20일 만이다.

이 전 교육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퇴 이유로 건강상의 문제를 꼽았다.

그는 이날 A4 용지 한 장 분량의 짤막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건강이 따라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거운동이 진행되면서 한계를 느꼈고, 정신적 피로감에 육체적 피로까지 겹쳐 더 이상 앞으로 나갈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전 교육감 선거 캠프 관계자는 "선거를 포기하지 않으면 생명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주치의 진단에 눈물을 머금고 포기를 결심한 것"이라고 밝혔다.

수년전 대장암 수술을 받았던 이 전 교육감은 최근 들어 건강이 부쩍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가 문이 열려도 주춤하는가 하면 거리 홍보전을 하다가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이고, 식은 땀을 흘려 선거 캠프 내에서도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이 전 교육감은 사퇴 선언 하루 전인 24일에는 청주공항 MRO(항공정비) 관련 공약발표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예고했으나 나타나지 않았다. 선거대책본부장인 이대원 전 충북도의회 의장이 대신 기자회견에 나섰다.

이 전 교육감은 급히 중앙당을 방문해야 한다고 기자회견 불참 이유를 밝히고 귀경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중앙당이 공천 심사 과정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밝혀냈고, 이를 소명하기 위해 황급히 올라간 것 아니냐는 얘기도 떠돌았다.

그러나 이 전 교육감은 이날 중앙당 관계자들을 만난 것이 아니라 모 병원에서 건강 검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 결과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확인, 출마 포기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 주변에서는 이날 밤늦게부터 후보 사퇴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도 이 후보로서는 실망스러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충북지사 출마 선언 이후 상승곡선을 그리지 못하는 지지도를 보면서 동력을 상실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 전 교육감은 지난해 민주당 소속인 이시종 충북지사나 민주당이 다수당인 충북도의회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단번에 새누리당 충북지사 후보 1순위로 떠올랐다.

지난 1월 출판기념회에 서청원 의원을 비롯한 여야 정치인들을 포함해 7천여명이 참석, 성황을 이루면서 고무됐던 이 전 교육감은 지난 2월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나면서 주춤해지기 시작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윤진식 의원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전격적으로 충북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당내 유력 경쟁자의 등장으로 이 전 교육감의'대세론'은 제동이 걸렸다.

KBS 청주방송총국이 2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다자구도 대결에서 이 전 교육감 지지율은 14.7%에 그쳤다.

이 지사(35.7%)는 물론 당내 경쟁자인 윤 의원(14.8%)에도 뒤졌다. 맞대결에서는 이 지사와 격차가 현격하게 벌어졌다.

새누리당 당내 경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데다 설령 본선에 진출하더라도 이 지사의 높은 벽을 넘기 쉽지 않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밖에서 보던 것과 달리 직접 뛰어든 정치판과 현실 정치의 높은 벽을 뼈저리게 실감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위계질서가 어느 곳보다 강한 교육계에서 직간접적으로 조직적인 지원을 받았던 교육감 재임 시절과는 달리 혈혈단신으로 선거판에 뛰어든 이후에는 당내 기반이 전무하다시피한 현실에서 지지층 확보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절감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로인해 육체적, 정신적 피로도가 쌓이고, 결국 더는 선거운동을 계속할 수 없을 만큼 건강이 악화돼 중도 하차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