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TV에서 방영되는 드라마나 영화마다 연하남이 대세다. 연하남과의 연정이나 아찔한 설정이 아니면 흥행이 안 될 정도라고 한다. 최근 중국사회에 문화적 충격을 준 ‘별에서 온 그대’도 여주인공의 연인은 한창 아래 나이. 스타급 여배우가 나오는 새 드라마에도 자식뻘 되는 청년을 상대역으로 등장시켜 여성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하고 있다.

연하남을 사랑한 것은 신화속의 여신들도 그랬다. 그리스의 여신들은 유독 미소년을 사랑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새벽의 여신 에오스가 그렇고 달의 여신 셀레네가 그렇다. 두 여신은 소년들을 유혹하여 영생을 염원했으나 마음대로 되지는 않았다.

비너스로 불리우는 아름다운 여신 아프로디테도 연하남에 대한 집착이 강했다. 미소년 아도니스에게 첫눈에 반한 비너스는 다른 여신들이 추파를 던지자 저승의 여신에게 소년을 숨겨놓았다. 그러나 저승의 여신마저 미소년을 사랑하여 쟁탈전이 벌어진다.

고대 중국 측천무후는 여신을 능가하는 남자 복을 누렸다. 그녀는 1천명이 넘는 남첩을 궁중에 두고 한껏 호사로운 삶을 살았다. 스스로 황제라고 부르며 남자황제 같은 호기를 부린 셈이다. 측천무후를 옆에서 시종하던 무사들은 모두 젊은 미소년으로 무후의 섹스파트너였다.

기록을 보면 측천무후는 73 할머니 나이에도 손자뻘 되는 20대 소년들의 서빙을 받았다고 돼있다. 그녀는 회춘하여 피부와 용모가 젊은 여인과 같았다고 한다. 궁궐 안에 미남자들을 양성하는 공학부(控鶴府)를 두어 72명의 젊은 남자들에게 여제를 모시는 트레닝을 시켰다.

신라 진성여왕은 우리 역사에 등장하는 미소년 집착의 원조격. 삼국유사 기이편에 나오는 기록을 보면 남편 같았던 각간(角干) 위홍이 죽자 더욱 젊은 남자에 빠졌다고 한다. 여왕은 밤만 되면 젊은 미남자 2, 3명을 남몰래 불러들여 쾌락을 즐겼다. 그리고 이들을 요직에 임명하였는데 결국은 반란을 부르고 나라를 거덜 나게 했다.

판소리 심청가 속의 뺑덕 어미도 총각이라면 환장하는 여인이다. 동네 총각에 추파를 던지고 때로는 떡도 사주며 유혹하기도 한다. 그녀는 욕심 많은 아주 우스꽝스런 추물이었으나 얼굴에 맞지 않게 적극적인 여인으로 등장한다. 고수의 장단에 맞춘 소리꾼의 능청에 관객들은 배꼽을 쥐고 웃음을 참지 못했을 게다.

"양식 주고 술 받아다 저 혼자 실컷 먹고, 시원한 정자 밑에서 웃통 벗고 낮잠 자고, 남자 보면 쌩긋 웃고, 코 큰 총각 유인해 밤낮 거시기하고…(하략)."

조선 전기 세종대 비너스 신화를 방불 하는 미소년 쟁탈 사건이 발생, 조야가 시끄러웠다. 서울 권세 있는 양반가에서 마님들이 소년을 남장시켜 몰래 숨겨놓고 놀다가 소유권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소문을 듣고 사헌부에서 잡아다 국문해 보니 소년의 이름은 사방지였다. 여의가 바지를 벗겨 신체를 점검한 결과 놀랍게도 양성을 지니고 있었던 것. 이 사실을 알게 된 세종은 부녀자들은 처벌하고 소년은 멀리 귀양 보낸다.

젊고 아름다운 얼굴을 지닌 연하남과의 교제나 사랑이 화두로 자리 잡는 세태. 연하남과 만나면 ‘계 탔다’라는 유행어까지 등장했다. 우리 주변에는 나이차를 극복하고 행복하게 사는 연인이나 부부들도 많다.

문제는 여성의 나이비중이 너무 차이가 날 때다. 여자의 나이가 어머니뻘이라면 아무래도 미래의 삶이 불투명하지 않을까. 헐리웃 스타 데미무어가 자식뻘 남자친구와의 사랑을 지속하려고 성형을 너무한 나머지 지금은 얼굴이 민망할 정도로 추하게 변했다. 옛날의 아름답고 매력적인 데미무어가 아니다.

미소년을 사랑한 그리스여신들의 에필로그도 모두 해피엔딩이 아니었다. 여신들도 영생의 염원은 이룩했으나 미소년의 노화를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여신들마저 늙음을 개탄하고 비탄의 눈물을 뿌린다. 사랑하는 남녀의 나이 차는 과연 몇 살이 적당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