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투가 크면 어깨를 누른다’는 속담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제 능력보다 과분한 지위에서 일을 하게 되면 감당하기 어려움을 비유적으로 하는 말이다. 지역의 오래된 좋지 않은 정서 중 하나로 많은 사람들이 ‘감투욕심’을 지적하곤 한다. 충북의 고질적인 병폐 중 하나로 자리잡은 게 바로 ‘감투욕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 몸에 맞지도 않는 옷을 입으려고 발버둥 치면서 그 자리에 앉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약점을 이용해 교묘한 방법으로 비방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 번 입은 옷은 절대로 벗지않고 죽을 때까지 버티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같은 사례로 회장 선출 문제로 대법원까지 간 충북협회와 청주상공회의소 회장 장기집권(?)등을 들 수 있다.

요즘 청주대총동문회가 차기 회장 선출 문제로 잡음이 일고 있다. 총동문회장은 상임이사회의 추대를 받아 총회에서 참석 회원 과반수 찬성으로 선출토록하고 있다. 이같은 규정에 따라 역대 총동문회장은 상임이사회의서 추대된 게 관례였다.

지난 17일 마감된 27대 총동문회장 선거 후보에 조철호 충북예총 회장(69)과 경청호 현대백화점그룹 상임고문(61) 2명이 등록했다. 두 사람은 청주고와 청주대 8년 선·후배 사이다. 후보 등록은 마감 당일 오후 30분 간격으로 경청호 고문이 먼저 했다. 둘 다 스펙이나 능력면에서 차기 총동문회장으로 손색이 없는 사람이다. 둘 다 청주지역에서 언론사를 갖고 있는 영향력이 있는 거물(?)이다.

총동문회는 지난 19일 상임이사회를 개최해 단일후보를 내기 위해 의견을 수렴했지만, 일부 이사들이 이의를 제기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일부 모 이사는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한 후보를 겨냥해 총동문회장직을 수행하기에는 치명적인 도덕적 결함이 있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이를 철저히 검증해 덕망과 인품을 갖춘 인물을 회장으로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상대 후보의 도덕성 검증까지 번지는 바람에 25일 다시 상임이사회를 개최할 예정이지만 후보 단일화는 사실상 ‘물 건너간’ 셈이다. 이변이 없는 한 차기 회장선출은 오는 27일 총회에서 경선으로 치를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청주대총동문회 회장 자리는 8만 동문들의 대표이자, 얼굴이다. 동문 화합과 대학발전을 위해 덕망 있고 능력있는 인물이 맡는 ‘무보수 명예직’이다. 대학 발전을 위해서는 ‘쓴소리’도 해야하는 자리다.

총동문회장 회장 자리를 유지하려면 제 호주머니 돈을 써야 한다. 돈이 없으면 기금을 모을 능력이라도 있어야 한다. 돈도 없고 능력도 없으면서 자리를 탐하면 욕먹기 십상이다. 이렇다 할 능력도, 기여도, 비전도 없이 회장 자리만 눈독(?)들여서는 안된다. 자리만 차지하고 돈을 쓰는데 인색해서는 안 되는 자리다. 나이들어 할 일이 없어 맡는 자리는 더욱 아니다. 나이들수록 퇴(退)을 분명히 해야 하는 데 그러지 못하면 망신을 당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어느 대학이든 재력과 덕망이 있는 사람을 동문회장을 상임이사회 등에서 추대하는 게 관례다. 하지만 그런 능력이나 자질이 있는 사람들은 고사하는 게 문제다.

자질과 능력은 물론 도덕성, 신뢰성 갖춘 덕망 있는 동문이 맡아야

이 같은 내홍을 보고 떠오른 생각은 명예욕에 대한 숭산 스님의 말이다. "우리는 이름과 모양에 집착한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착각이라는 것이다. 스님은 부단한 수양으로 명예욕을 씻어내야 한다고 했다. 가슴에 와 닿는 얘기다.

이번 청주대 총동문회 차기 회장 선출 행태로 볼때 대학 발전과 동문화합보다는 자신의 감투에만 욕심을 낸 듯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나아가 누가 차가회장이 되더라도 선거과정의 도덕성 문제까지 제기 돼 후유증이 클 것으로 보인다.경선보다는 추대가 바람직하다. 경선을 하게 되면 승자는 없고 패자만 있을 뿐이다.

한 자리의 長, 즉 감투는 그것이 어떤 자리든지 자질과 능력은 물론이고 좋은 성품과 도덕성, 신뢰성까지 갖추고 있어야 비로소 지역사회에서 인정받는 長이 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차기 청주대 총문회장 자리도 마찬가지다. 지금 상황으로는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어 걱정이다. 전국의 대학이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마당에 차가 총동문회장 선출 과정에 ‘감투싸움’은 대학이나 지역사회, 자신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