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30대에 들어선 세대가 학창시절에 겪음직한 꿈, 우울, 명랑성, 호기심, 좌절, 불안의 성장통을 섬세하고 담담하게 그린 소설 '이만큼 가까이'(사진)가 출판됐다.
　
이 책의 저자인 정세랑씨는 소설에 한 세대의 감수성과 정체성을 대변하는 영화, 음악, 패션, 유행, 직업 등 문화 전반을 자연스럽게 녹여내 독자들이 소설을 읽는 내내 과거를 추억하기도 하고, 현재를 다독이기도 하면서 '우리'의 이야기를 공감하고 나누게 만든다.
　
신도시 외곽의 작은 도시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나'와 주연, 송이, 수미, 민웅, 찬겸 등 여섯명의 친구들과 첫사랑 주완이가 주인공인 이 책은 개성 넘치는 친구들의 현재 일상과 과거의 사건들을 번갈아 보여주며 '나'와 친구들이 성장해나가는 모습과 학창시절의 에피소드를 발랄하게 이어간다.
　
주인공 '나'가 현재 영화 일을 하게 된 것에는 '하주'로 통칭되는 주연이의 오빠이자 '나'의 첫사랑, 하주완의 영향이 크다. 영화를 좋아했던 주완이와 '히치콕 주간', '우디 앨런 주간', '지브리 주간', '주성치 주간' 등을 정해 감독·배우별로 영화를 보는 동안 '나'와 주완이는 서로 특별한 사이가 되고, 조금씩 가까워지면서 풋풋하고 아름다운 '첫사랑'이 된다.

그렇게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주인공의 첫사랑이 어느날 예기치 못한 죽음으로 파국을 맞는다. 주완이는 탈영병이 숨겨둔 총기로 장난을 치던 아이로 인해 사고를 당하게 되고 '나'는 첫사랑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혼란스럽고 아픈 청춘 시절을 보내게 된다.
　
현재 여섯명의 친구들은 어렸을 때 성격과 소질을 살려 저마다 여기저기에 흩어져 살다가 이따금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고 '아무렇지 않아질 작별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아프면 아픈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서로의 지금 그대로를 지켜주는 '우리'가 아름답다는 것을 정 작가는 담담하면서도 명랑한 목소리로 전한다.

268쪽. 1만 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