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6일 이집트 시나이반도 타바 국경검문소 앞에서 벌어진 자살폭탄 테러로 한국인 관광객들이 타고 있던 버스가 완파됐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죽고 다치는 테러 현장에 내던져지는 악몽에 시달려요"

이집트 폭탄테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다돼 가지만 테러 현장에서 죽음의 고비를 넘겼던 충북 진천 중앙 장로교회 교인들은 여전히 테러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성지순례에 나선 진천 중앙 장로교회 교인 31명을 태운 버스는 지난달 16일 이집트 시나이 반도에서 폭탄테러를 당했다. 교인 김홍열씨와 여행 가이드 등 4명이 숨지고 30명이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

생존자 30명은 테러 발생 나흘 뒤인 지난달 20일 사지(死地)에서 돌아왔지만 한 달이 되도록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상이 심한 6명은 귀국해 서울대 병원과 아산병원에서 2차 수술을 받았다. 이 가운데 4명은 지금도 진천의 병원 등에 입원해 있다.

부상이 심하지 않은 피해자들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트라우마)'에 시달려 22명이 한동안 안양 샘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

또 상당수가 테러 당시 폭발음으로 고막이 손상돼 아직도 청력 이상으로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특히 피해자들은 테러의 공포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피해자들은 일상생활을 하다가 폭탄이 터져 처참하게 변했던 당시 상황, 희생자들과 즐겁게 지냈던 기억 등이 떠오르고 잠을 자다가 악몽을 꾸기도 한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김동환 목사는 "테러 당시의 처참한 상황이 떠올라 잠을 자다 깜짝 놀라 깨기도 한다"며 "테러 당시 폭발음으로 고막이 찢어졌는지 한쪽 귀에서 '윙'하는 소리가 들리는 등 청각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폭탄 파편을 맞은 오른쪽 다리가 골절돼 아직도 깁스를 하고 있으며 발가락의 한 마디를 절단했다.

피해자 구모씨도 "가족들의 사진을 돌려보며 가깝게 지냈던 여행 가이드, 현지 운전사 등이 생각나면 우리만 살아왔다는 죄스러움으로 견디기 힘들다"며 "일상생활을 하다 불현듯 당시의 처참한 상황이 떠오르면 한동안 멍한 상태가 된다"고 테러 후유증을 토로했다.

보상 문제도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여행자 단체보험에서 숨진 유족에게 1억1천만원, 부상자에게 최고 500만원의 치료비가 지급될 예정이다. 그러나 여행사와 유족이 보상 등의 문제를 놓고 몇 차례 만났지만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바라보는 교인과 주민들은 안타까움과 함께 더는 반인륜적인 폭탄테러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이스라엘 한인회는 테러 피해자 돕기운동을 벌여 600여만원을 모금하기도 했다.

이 교회 박승구 장로는 "무고한 민간인을 겨냥한 테러는 어떤 정치적인 구호나 명분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범죄행위"라며 "끔찍한 경험을 한 피해자와 가족들이 하루빨리 테러의 공포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길 기도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