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에는 참여하지 않고 돈만 받아 챙기는 문화재 수리기술자들의 '자격증 대여 장사'가 성행하고 있다.

청주 흥덕경찰서는 3일 돈을 받고 문화재 기술자 자격증을 빌려준 혐의(문화재 수리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문화재 수리기술자인 김모(33)씨 등 2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이들에게서 자격증을 대여받은 보수건설업체 12개 법인과 대표자 12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김씨 등은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문화재 보수건설업체에 자격증을 빌려주고 그 대가로 최소 500만∼최대 3천만원씩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입건된 업체 12곳은 편법으로 자격증을 대여받아 5억6천만원 상당의 제천 덕주산성 보수공사를 수주하는 등 76억원 상당의 보수공사 91건을 따낸 것으로 드러났다.

보수건설업체들은 문화재 수리업 등록을 위해 단청 분야 기술자 1명을 포함, 총 4명의 문화재 수리기술자를 채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갖추기 위해 자격증을 빌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경찰에서 "4명의 전문인력을 채용해 수천만원의 인건비를 지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 가운데 현장 경험이 부족한 기술자도 많아 어쩔 수 없이 편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곳은 연간 3∼4건의 공사를 수주하기 때문에 업체로서는 인건비 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지난해 도내에서 단청 분야 기술자가 필요한 공사는 단 한건도 없었던 만큼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숭례문 부실 복구 논란 등 문화재 관련 비리 사건이 대두됨에 따라 지난해 11월부터 지방자치단체의 협조를 받아 집중 단속을 벌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