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상당구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K씨는 최근 원아들의 발표회를 청주MBC 공연장에서 가졌다. K씨는 “해마다 청주시민회관에서 발표회를 열었지만 올해는 회관이 문을 닫아서 대관할 수 없었는데 마침 학부모 중 청주MBC 관계자 분이 계셔서 그 곳에서 행사를 가졌다”고 전했다.

흥덕구에서 소규모 기획사를 운영하는 P 씨 역시 당초 지난 9월 시민회관에서 어린이 뮤지컬을 열 계획이었으나 대관이 되지 않자 인근 개인시설을 빌려 공연을 열어야 했다.

공연, 발표, 회의 등의 장소로 오랫동안 사용해 오던 청주시민회관이 문을 닫으면서 연말연시를 맞은 청주시민들을 비롯해 각종 단체 등이 장소 섭외에 애를 먹고 있다.

1979년 건축면적 2천809㎡에 지상 2층, 객석 812석의 일반공연장으로 개관된 청주시 흥덕구 사직동 청주시민회관은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를 거쳐 청주예술의전당 개관 전까지 청주에서는 가장 유용한 행사장이었다. 음악회·연극 등 여러 공연이 열렸으며 각종 회의와 행사도 개최됐다.

그러나 건물이 오래됨에 따라 지붕트러스에 심각한 부식 및 변형이 생겨 지난 4월 29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26조 및 동법 시행령 제32조 제2항에 의해 특정관리대상시설로 지정(D급)되면서 대관이 중지되고 7월 1일자로 문을 닫았다.

시 문화예술체육회관 관계자는 “상반기 대관 예약 분은 소화해야 했기 때문에 6월까지는 문을 열었다. 현재 안전 진단 용역 중이고 내년 리모델링에 들어가기 위해 사업비 55억원 중 광역특별회계로 국비 10억원을 확보했다”며 “스크린 차단 등 막간 전환이 안 되던 무대를 증축하고 편의시설 등을 갖추면 좌석 수에도 변수가 있을 것이며 내년까지는 계속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결국 행사를 치르려는 시민 등은 자연스럽게 청주예술의전당으로 발길을 돌리지만 이곳 역시 여의치 않다.

1층 862석에 2층 631석의 대공연장과 296석의 소공연장을 갖추고 있지만 대공연장은 공연 목적 외에는 대관을 해주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소공연장 하나에만 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공간 부족’은 지역 예술인들에게도 불만 사항이다.

모 연극단 관계자 G 씨는 “당장 내년에 공연을 하려 해도 시립·도립예술단들에 먼저 배정돼 있기 때문에 소규모 사립단체들은 자리 잡기가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문체회관의 또다른 관계자는 “청주예술의전당 대관 경쟁률이 올해는 4대 1 정도로 다소 높게 나왔다”며 “대공연장과 소공연장이 있지만 어린이집 발표회 등 일반 행사는 소공연장에서만 할 수 있고 대공연장은 공연이 아니면 대관하지 않는다. 모 정당에서 토크쇼를 연다며 대공연장 대관을 신청한 적이 있는데 불허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시민회관이 문을 닫고 예술의전당은 소공연장 뿐이라 행사 장소가 적은 건 알지만 현재로선 어쩔 수 없다”며 “예술인들의 공연장 부족 문제도 여러 방면으로 검토, 해결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