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세종역 신설과 호남선 서대전 경유 문제가 6·4 지방선거의 충청권 이슈로 떠올랐다.

충남·대전지역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들이 공약으로 내세우고, 충북에서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강하게 반박하면서 지역 갈등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세종시는 지난 19일 발표한 '2030 도시기본계획'에 국가기간철도망인 KTX 역사를 신설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국가 행정기능을 수행하는 세종시가 전국의 거점도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KTX 역사(驛舍)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국토교통부가 하루 뒤인 지난 20일 "KTX 세종역 신설은 결정된 바 없다"는 해명자료를 내며 진화에 나섰지만 쉽게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 대전시장 예비후보인 권선택 전 국회의원이 KTX 호남선의 서대전역 경유를 주장, 'KTX 논쟁'에 기름을 부었다.

KTX 호남고속철도가 내년 초 1단계(오송∼광주) 개통하면, 충남 공주에서 서대전역을 경유해 오송으로 가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최근의 상황은 마치 충북과 대전·충남이 KTX 호남선 분기역 지정을 놓고 첨예하게 맞섰던 2005년 6월 지방선거 때와 유사하다.

당시 충북도는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 오송역을 분기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고, 충남도는 호남과 서울의 최단 거리를 고려할 때 천안 분기역이 최적이라고 주장했다.

대전시는 대덕 연구개발특구 등 지리적 여건을 감안하면 대전역을 경유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정부가 2005년 6월 오송역을 KTX 호남선 분기역 예정지로 최종 결정한 뒤에도 충남·대전에서 "수용할 수 없다"거나 "재선정해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 적지 않은 후유증을 겪었다.

정부가 세종시를 경유하는 새로운 KTX 노선 신설을 검토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던 지난해 2월에도 충청권이 찬반으로 갈려 논쟁을 벌였다.

충북도는 세종역이 신설되면 충청권 관문 역할을 하는 오송역의 위상이 흔들리고, 오송을 바이오 산업의 메카로 육성한다는 구상도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고 판단, 강하게 반대했다.

이와 관련 국토부가 "2008년 제2차 국가철도망 계획 구상 때 거론된 적은 있지만 그 이후 논의된 적도, 계획한 적도 없다"고 밝혀 불씨가 수그러드는듯 했다.

그러나 최근 세종과 대전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종역 신설과 KTX 호남선 서대전 경유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충북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군불 지피듯 하다보면 선거 쟁점이 되고, 정치 논리까지 끼어들면 충북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충북도가 세종역 신설과 서대전역 경유 주장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이시종 충북지사가 24일 확대간부회의에서 "KTX 세종역이 절대 반영되지 않도록 국토교통부에 우리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세종시에도 정식 항의하라"고 지시한 것도 논쟁이 확산하기 전에 '싹'을 자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한 이기용 충북도 교육감도 이날 "세종역이 생기면 도민이 힘을 모아 신설한 오송역이 위축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충북도의 한 관계자는 "(충남·대전에서) 목청을 높인다고 KTX 세종역이 신설되거나 호남선이 서대전역을 경유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충북도의 반대 입장을 국토부에 전달, 불필요한 논쟁을 종식시켜줄 것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