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좋아하는 사람은 적다. 서민들은 항상 겨울이 부담스럽다. 활동하기에 여러가지로 제약을 많이 받고 더위는 견디기가 쉽지만 추위를 이기기는 쉽지 않다. 내가 사는 호정골도 겨울은 냉기가 돈다. 봄, 여름, 가을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통통히 보면서 살기에 '시골생활이 참 좋다!' 라는 느낌을 가지고 자연이 주는 유익을 마음껏 즐기게 한다. 그러나 만약에 겨울이 없는 봄, 여름, 가을만 계속된다면 지금처럼 그런 느낌을 알지 못할 것 같다. 그래서 혹독한 맹추위와 칼바람이 있을지라도 겨울이라는 것은 꼭 있어야 삶의 지혜를 깨닫게 한다. 겨울내내 겨울나무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산다.

정대구 시인의 '겨울나무'의 숨은 뜻과 그 해설을 들어보자.

"겨울나무의 진실은 / 남성적이다. / 여자야 어디 견디겠느냐. / 사내대장부인 나의 참뜻을 알려거든 / 설한풍에도 빳빳하게 서 있는 / 겨울나무를 보아라. / 일체의 장식을 떨구어 버리고 / 가슴팍을 가는 칼질 소리 / 선명하게 드러내 놓고 / 버티어 버티어서는 골격 / 겨울나무의 진실을 보아라. / 절제를 보아라. / 그 이상 사나이가 무슨 가식이 필요한가. / 여자야, 견디겠느냐. / 최소한의 표현으로 / 나는 너에게 / 살 한 점 붙지 않은 / 순 뼈로써 말할 뿐이다.

모든 치장, 허사(虛辭) 다 떨구고 맨 몸으로 선 나무. 설한풍에 맨가슴팍 드러내놓고 버티고 선 겨울나무. 겨울나무 사내대장부 같으니 시의 톤 또한 굵직하다. 여성 독자분껜 미안하지만 여성에 길들여져 남성이 사라진 시대, 오랜만에 만나보는 사나이의 야성적 육성 반갑다. 멸종 위기에 처한 강건하고 순열한 이런 남성 만나시려면 부디 길들이지 마시길. <이경철·문학평론가>"

잎새 하나 걸치지 않고 겨울을 보내고 봄에 움이 돋고 싹이 나고 잎이 나고 꽃을 피우는 것은 경이로움을 보고 배운다. 겨울나무가 이처럼 대견스럽고 그에게 가서 삶의 고난도 인생을 단단히 강하게 하는 활력소 임을 알게 한다. 인생의 고난을 경험하지 못한자는 쉽게 좌절하고 포기하여 급기에는 자신의 삶의 무가치를 느끼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을 보게 된다. 청소년과 노인의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에서 1위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의 4배에 이른다니 참 부끄러운 일이다. 지난 입춘 날 아침에 시 한편을 읽었다. 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는 미물인 새들도 겨울을 이겨내고 잘도 생존을 지켜가는 모습을 시를 읽고 겨울을 지내고 봄을 맞는 동식물에게 지혜를 배우게 된다.

묵은 녹을 털고 / 빛나는 청동 화살처럼 / 시리게 푸른 / 하늘을 가르며 / 순정한 점 / 하나로 찍힌 / 감, 그 푯대를 향해 / 날아가는 / 까치 한 마리 / 새해 아침의 /까치 한 마리 (김영환의 까치밥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창의력으로 현재보다 더 발전을 이루고 창조하는 업적을 이룬 사람들의 공통점은 항상 안락하고 편안한 상태에서는 이루지지 않았음을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자는 인생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고 하지 않는가?

사계절의 변화와 인생의 다채로운 경험을 통해 삶이 더 성숙해 지고 완숙되어짐을 떠나는 겨울을 통해 현시해 주고 있다. 자연에서 계절의 변화 속에서 인생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고 사고하는 정신이야말로 이 모든 어려움과 역경 속에 능히 이기게 한다. 미국 최초의 여류시인 '앤 브래드스트리트'의 글이 생각난다. "만일 우리에게 겨울이 없다면, 봄은 그토록 즐겁지 않을 것이다. 우리들이 이따금 역경을 맛보지 않는다면, 성공은 그토록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