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교육청 인사비리와 관련해 법원이 배후 가능성을 제기, 이를 둘러싼 논란 재점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청주지법 형사1단독 방태경 판사는 근무성적 평정을 조작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등)로 불구속 기소된 충북교육청 소속 간부 공무원 K씨(59)와 S씨(58)에 대한 선고에 앞서 “피고인들이 스스로 이익을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방 판사는 이어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이들의 범행은 스스로의 판단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누군가의 지시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방 판사는 “이 자리에 정작 범행을 지시한 사람은 없고 피고인들만 기소된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K씨와 S씨에게 각각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2012년 12월 감사원은 2010∼2012년 충북교육청 업무를 감사, 부당 인사 사례를 적발하고 관계 공무원의 징계를 통보했다.

감사 결과 충북교육청은 유치원장 승진 요건을 ‘경력 27년 이상’에서 ‘26년 이상’으로 낮추고 5순위인 원감을 4순위자보다 먼저 원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인사 부정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충북교육청은 K씨 등 소속 공무원 10명을 징계 조치하는 것으로 사태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인사 비리 의혹 해소를 위해 감사 이상의 수사가 필요하다”며 관련자를 검찰에 고발했다.

특히 연대회의는 “교육감에 집중된 권한과 조직의 폐쇄성 때문에 인사 비리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이기용 교육감의 개입 가능성을 제기했다.

검찰은 도교육청에 대한 압수수색과 관련자 소환조사, 계좌추적, 통화내역 분석 등을 통해 K씨 등이 인사에 개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 교육감의 개입 가능성은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수사 결과를 두고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으나 이 교육감으로서는 면죄부를 받은 셈이다.

이런 가운데 법원이 배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비판 여론이 또다시 고개를 드는 형국이다.

연대회의의 한 관계자는 “이 교육감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처분 당시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이라며 “아무 실익도 없는 공무원이 지시도 없이 인사비리를 저질렀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시민사회단체들과 연대해 진실 규명을 촉구하는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도 이날 논평을 통해 “이 교육감이 이번 사건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음을 판결이 시사한 것”이라며 “법적 책무와 별개로 윤리적 책임을 다하지 않은 이 교육감은 도민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검찰의 재수사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단순히 그럴 것이라는 추정만으로 명확한 증거도 없이 기소할 수는 없다”며 “판결문 내용을 정확히 확인하고 후속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충북도교육청 인사비리와 관련 “수장인 이기용 교육감은 충북도민 앞에 백배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 14일 논평을 통해 “청주지법은 14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충북도교육청 서기관들에게 각각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며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이들의 범행은 누군가의 지시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의문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