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기념회를 그럴싸하게 한 다음 말바꾸기로 먹튀 신세가 된 선거판은 난장보다 훨씬 엇박자다. 그러나 잇따른 출마 선언에 물건의 충동구매처럼 보통 심지로는 인내하기 어려운 다수가 입맛을 쩍쩍 다셨다. 하기야 표를 계산해보면 안 걸리는 구석이 없다. 학연과 지연 혈연 그리고 동료와 취미활동까지 줄잡아 종횡으로 둘 셋의 끈을 어찌 쉽사리 내려놓을 수 있으랴. 그걸 믿었던 셈법이 빗나간 바람에 교육감을 주워 비상하려다 부러진 날개를 숱하게 보아왔다. 오죽하면 정년 10여년이나 남은 교장선생님 조차‘이 후보 저 후보에게 인심 잃느니 출마가 낫겠다’고 했을지 끄덕여진다.
 
본보 필자의 칼럼(12월24일자,교육감을 하고 싶다)를 통해 ‘운이야 잠깐 머문 기회라지만 행운은 준비된 만큼의 당연한 대가 아닌가? 천만근 무게 아래서도 행운을 움켜쥘 수 있는 건 어두운 구름 쯤 밀쳐낼 용기다. 그 용기처럼 기회는 잡는 사람 몫이다.’고 강조한 바 있다. 목 좋은 사무실과 선거대책 본부장 등 당초 목표를 예비등록 전으로 보았던 후보군까지 충북교육의 무지갯 빛 청사진을 쏟아낸다.

교육이 달궈지는 선거

초등학교 회장 선거만 해도 그렇다. 정규 교과시간에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선거용 벽보를 그럴듯하게 만들어 붙이고 공약성 소견발표 역시 선생님들의 아픈 데까지 긁는 등 깜짝깜짝 놀란다. 어깨띠를 하고 등하굣길 표심잡는 광경과 터치스크린을 이용한 첨단화 투개표 모습까지 낯설지 않은 볼거리다. 일찌감치 회장을 다져놔야 이 다음 하다못해 통․반장선거에 유리할 수 있다는 부모의 알량한 논리로 입후보자와 투표자 수가 거의 같은 사례를 어떻게 탓하랴. 교육감선거야 말로 초딩 흉내같아 측은하다. 용기있는 자의 궤도 이탈이긴 하지만 사회가 있는 곳엔 통념적인 룰(원칙)이 있게 마련인 데, '천방지축'말고 그럴법한 비유를 찾기 어렵다. 선거에서 2등은 꼴찌보다 못한 석차인 것을 본심으로 사는 사람들 조차 괜한 몸살에 숨이 가쁘다. 어려울 때 코칭이 진짜 보약인 데, 끼어들거나 쓴소리하다 평생 소금장수 될까 두려워 애매하게 바람맞은 갈대처럼 산다.

이번 설 민심의 세상보기도 마찬가지였다. 도지사나 통합시장 얘기가 주류였고 교육감은 관심을 비껴섰다. 심지어 조합장보다 못한 손사래를 친다. 자녀 교육이 끝난 게 가장 큰 이유다. 정말 예상후보 간 여론조사 결과 절대 강자가 없는 경우 ‘로또’ 확률을 무시못할 노릇이다. 선거 철 마다 게임의 꼼수로 흠을 들춰내거나 있지도 않은 말로 시끄럽다. 맞수를 헐뜯어 상대적 이익을 얻어보려는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있다. 살인이야 사람 하나를 죽이지만 험담은 자신과 듣고 있는 사람 그리고 대상자 모두 죽인다고 했다. 짚어보면 모두 위장된 퍼포먼스다. 정말 거창한 구호나 얄팍한 선심보다 가르침의 ABC처럼 작은 것일수록 균형 잡아 갈 교육감을 원하는 거다.

투정부리는 아이들을 끌어안기엔 따뜻한 가슴과 자세가 먼저다. 그게 바로 교육의 권위 아니던가? ‘학교는 많은데 교육이 없고, 교사와 학생은 많은데 스승과 제자는 없다’고 만만해 하는 듣기 거북한 얘기를 청산할 묘약의 처방은 누구도 어렵다. 다만 그 수준의 높고 낮음은 교육의 해법에 따라 천차 만별이다. 세상은 있는 대로 다 보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보느냐가 문제다. 교육감 후보군의 카리스마를 짙게 뿜어내려는 듯 선거홍보 위세도 한방에 눈을 사로 잡는다. 관행같은 익숙한 사고에서 벗어나 진정한 교육이 달궈지는 선거와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