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발생지역 특별재난 지역 선포 및 살처분 중단 촉구 범 군민 대책위원회'는 10일 진천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발생지역 3㎞ 위험지역의 예방적 살처분 중단을 요구했다.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발생지역에서 예방적 살 처분을 놓고 '묻지 마 살 처분'이라는 주장까지 나오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충북도에 따르면 고병원성 AI로 확진 판정을 받은 농가로부터 반경 3㎞ 내에 위치한 음성군 대소면 산란계 농장 1곳의 닭 3만6000마리에 대한 살처분이 이날 시작됐다. 이 농장은 2012년 7월 국내 1호 복지농장으로 인증받은 곳이다. 또 발생 농가로부터 3㎞ 끝자락에 위치한 진천군 이월면 산란계 농장 2곳의 닭 3만1000마리도 같은 날 살처분에 들어갔다.

가축전염예방법에 따르면 AI에 감염되거나 의심 증상이 있으면 전염병이 퍼질 우려가 있는 지역에 살처분을 명령할 수 있고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침에는 반경 3㎞ 내에서 사육되는 감수성 동물의 살처분을 실시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그러나 축산농민들은 산과 계곡, 하천 등 지형과 물리적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3㎞ 반경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일괄 살처분하는 것은 탁상행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진천군의 한 농민은 “AI가 발생하면 책상에서 지도를 놓고 컴퍼스로 반경 3㎞를 그린 뒤 모두 살처분하는 것은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라고 비난했다.

유영훈 진천군수도 위험지역 내 닭에 대한 살처분 명령을 내리지 않아 농식품부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음성군도 동물 복지농장의 살처분 제외를 건의하는 등 예방적 살처분을 놓고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진천군 내 20여 개 사회단체가 구성한 ‘AI 발생지역 특별재난지역 선포 및 살처분 중단 촉구 범군민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진천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리와 닭이 같은 지역에서 발생한 사례가 없고 진천에서는 1마리의 닭도 이상 징후가 없는데 닭 50만 마리를 설처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반경 3㎞의 모든 닭과 오리를 묻지마식으로 살처분하는 것은 외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비과학적이고 무모한 동물학살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AI는 한 농가나 자치단체가 책임을 져야 할 범위를 벗어난 국가적 재난인 만큼 발생지역을 특별재난 지역으로 선포해야 한다”며 “가축전염병예방법 및 시행령에 규정한 각종 보상금과 방역 비용 부담 규정을 개정해 100% 국가가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충북지역에서는 9일까지 진천군 26개 농가 37만3580마리와 음성군 5개 농가 7만4440마리 등 31개 농가 44만8020마리의 오리와 닭을 살처분했으며 10일부터 11개 농가 닭 42만6000마리에 대한 추가 살처분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