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진천과 음성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해 농민들이 속을 태우고, 방역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충북 도내 시·군의회 의장단이 제주도로 연찬회를 떠나 비판 여론이 거세다.

5일 청주시의회 등에 따르면 도내 각 의회 의장과 부의장이 소속된 충북 시·군의장단협의회는 이날 오후 청주공항을 통해 제주도로 연찬회를 떠났다.

2박3일 일정인 이번 연찬회에는 각 시·군 의장과 부의장, 의회사무국 직원 등 모두 27명이 참가했다.

1인당 52만원씩 들어간 경비는 각 시·군 예산에서 지원한 시·군의장단협의회 운영비로 충당됐다.

이들은 연찬회에서 지방자치와 리더십 함양 세미나, 극기훈련과 체력단련, 문화관광 운영 활성화 사례 견학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최근 AI 확진 판정을 받은 진천군과 음성군을 중심으로 도내 전 지역에 방역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이뤄진 연찬회라는 점에서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 않다.

특히 AI 확진 판정이 내려져 오리 살처분이 이뤄지는 진천군의회 의장도 이 연찬회에 참석해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진천군의회 부의장과 음성군의회 의장·부의장은 이 연찬회에 불참했다.

진천군 주민 박모(56)씨는 "공무원들은 밤낮없는 방역 작업에 지쳐있고, 농민들은 자식같은 오리를 묻으면서 입이 타들어가는데 민의를 대변한다는 의원들이 꼭 필요한지도 의심스러운 연찬회를 하겠다고 제주행 비행기를 탔다니 말이나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한 기초의회 관계자는 "연찬회 개최를 결정하고 현지 예약까지 다 마친 상태에서 AI가 터졌다"며 "협의회도 연찬회 개최에 관해 고민하다가 강행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도내에서는 AI 의심 신고가 접수된 지난달 27일 이후 현재까지 25개 농가에서 키우는 가금류 29만4천295마리가 살처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