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출범이 ‘비정상의 정상화’가 화두다. 박근혜 대통령이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조한 뒤 곳곳에서 정상·비정상이라는 말이 범람하고 있다. 걸핏하면 비정상의 정상화란 말을 아무 데나 갖다 붙이는 것부터 그리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박 대통령이 말하는 비정상의 정상화는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박힌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바꾸는 작업’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자치단체마다 이장과 주민자치위원들의 해외연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겉모습만 해외연수지만 속내는 해외관광이다. 자자체들은 선거법을 피하기 위해 조례를 정해 시행하고 있다. 조례에 ‘이장과 주민자치위원들은 국내·외 연수를 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그러면 의회 예산 승인을 거치면 책임을 면할 수 있다. 이렇게 이장과 주민자치위원들의 해외 나들이로 지차체마다 해마다 수천만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빚더미에 허덕이지만, 이장과 주민자치위원들의 해외나들이는 해마다 실시되고 있다.

올 지방선거를 앞두고 음성군 이장협의회와 주민자치위원들이 지난해 연말에 ‘외유성 해외 관광’을 다녀 온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혈세 낭비 여론이 일고 있다. 음성군이장협의회 회장단 16명은 군비 1890만원을 들여 지난해 11월 22일부터 27일까지(4박5일) 베트남·캄보디아 지역을, 주민자치위원 17명도 군비 1680만원을 들여 지난해 11월 26일부터 28일까지(3박4일) 일본을 둘러보기 위해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하지만 이장단의 경우 해외 일정이 삼성전자, 베트남 시청사 방문을 제외하곤 앙코르톱, 타프롬, 앙코르 와트, 톤레샵 호수, 왓트마이, 주민자치위원들은 후쿠오카 일대 벳부, 아마사세, 고고노에 등 온천 등 대부분 관광성 일정으로 짜여 있어 주민이 낸 세금만 낭비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이번 이장단과 주민자치위원 해외연수는 음성군에서 처음 시도한 것으로,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재선을 노리는 이필용 군수가 이들을 상대로 ‘선심성 해외관광’를 시켜줬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하지만 청원군의 경우 이장 등을 대상으로 국내 선진지 견학을 다녀온것에 대해서는 선거법은 엄격했다. 청원군은 이장과 여성단체 등 주민 123명을 지난 2008년 9월, 10월 2차례 걸쳐(1박2일) 군비 1156만원을 들여 원주시와 안동시 등을 방문해 ‘청주 청원 통합’을 앞두고 현지 주민이나 공무원들에게 경험담과 강의를 듣게 했다. 하지만 당시 김재욱 군수가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로 기소돼 벌금 150만원이 2009년 12월 10일 대법원에서 확정, 군수직을 상실함과 동시에 피선거권이 박탈됐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음성군의 경우 올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 이필용 군수가 임기를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추경을 세워 이장과 주민자치위원 등을 대상으로 수천만을 들여 외유성 해외관광을 다녀오게 한 것 자체가 선거법상 기부행위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선관위에서는 이장과 주민자치위원들의 해외연수가 조례로 규정하고 의회승진을 받으면 선거법 적용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개인이 하면 선거법 위반이고, 지자체가 하면 선거법이 위반이 아니다. 그래서 ‘고무물 선거법’이란 지적이다.

이장·주민자치위원 해외연수 '비정상의 정상화' 바로 잡아야

이에 따라 군수나 시장이 마음만 먹으면 선거구 주민들을 얼마든지 주민 혈세로 사전 선거운동을 버젓이 할수 있는 상황이다. 집행부 감시역할을 하는 의회에서도 이장과 주민자치위원들이 해외연수만은 한 통 속이다. 지방의회는 해외연수 목적과 프로그램, 추후 연수보고서 등을 심사해 허투루 예산이 낭비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 물론 이장과 주민자치위원들의 해외연수를 무조건 막자는 건 아니다. 연수목적에 부합하면 적극 권장할 만하다. 합법을 가장한 무분별한 해외연수는 근절돼야 마땅하다. 이제 이장과 주민자치위원들의 비정상의 해외연수도 바로 잡아야 한다.